사설-일본 731부대의 만행〉

입력 1995-03-18 08:00:00

일본을 믿을 수 있는 나라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믿을 수있는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는 미국도 일본과 다를바 없는 믿지 못할 우방이라는 결론이 우리를 경악케 한다.미국은 2차대전직후 만주에 주둔한 일본군 731부대가 세균무기 개발을 위해한국인과 중국인을 대상으로 온갖 잔혹한 인체실험을 자행했음을 알았지만이 부대의 실험자료및 각종 정보를 넘겨받는 대가로 부대의 존재자체와 인체실험의 증거를 눈감아 주었다는 사실을 최근 뉴욕타임스(NYT)지가 폭로했다.NYT지는 종전후 731부대의 존재가 오랫동안 비밀에 부쳐져 인체실험의 실상이 공개되지 못한 것도 미국이 정보를 얻은 값을 치르기 위함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 731부대의 부대장이었던 이시이 시로(석정사랑)가 일본 패전후 식도암으로 사망한 59년까지 전범재판에 회부되지 않은 것도바로 이런 연유이며, 그의 부하들이 전후 동경지사, 일본의과협회장·일본올림픽위원회 위원장등으로 출세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이 전전의 사실을 눈감아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세균무기 개발은 1925년 제네바협정이 세균전을 금지시키자 세균무기가 가공할 위력이 있을 것이란 판단아래 1930년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일본정부는 하얼빈시 부근에 731부대의 사령부를 세우고 공산주의 동조자들과 범죄자들을 그들이 개발한 세균무기의 실험대상으로 삼았다. 실험대상은 통나무를 뜻하는 '마루타'라고 불렀으며 대상은 중국인이 주류였으나 러시아인·미국인·영국인·프랑스인도 섞여 있었다.

일본의 잔학상은 필설로 형언하기 어렵다. 사람의 눈알이 어느정도의 압력에서 튀어 나오는지를 실험했으며 페스트 배양균과 배양균에 옮은 벼룩을 담은폭탄을 투하, 반경 몇㎞지점에서 효력이 있는지를 실험했다고 한다. 그 뿐만아니라 장티푸스균을 우물에 뿌리기도 했으며 이질균과 콜레라균을 마을에뿌려 심지어 일본군 1천7백명이 몰사했다는 기록도 있다.

731부대의 만행으로 하얼빈지역에서만도 페스트로 3만명이 사망했으며 야외실험으로 20만명이상이 희생됐다고 한다. 일본은 종전직전 '밤 사쿠라'라는작전계획을 수립, 45년9월22일 미국의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페스트균에감염된 벼룩을 실은 폭탄을 투하할 계획을 세웠으나 종전으로 무산됐다고 한다.

731부대가 저지른 반인륜적 행위는 나치의 그것보다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일본의 만행은 '악마의 포식'이란 추리소설로, 또 영화와 다큐멘터리로 공개된바 있다. 그러나 일본 731부대의 인체실험에 관한 소상한 보고서를 입수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눈감아 주었다는 것은 범죄를 은폐해준 또다른 범죄이다. 우방도 전적으로 신뢰할 대상은 아니란 걸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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