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해독사건 뒷얘기

입력 1995-03-17 00:00:00

아래아한글 2.1의 암호해독사건은 문서보안과 개발자의 측면에서 잔잔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그러나 컴퓨터를 어느정도 알고 있는 사용자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의보도태도를 놓고 '컴맹들의 광란(?)' 이라고 표현했다. 이승욱씨의 해독프로그램 code21.exe는 통신기능이 전혀 없는데다 아래아한글 파일을 입수했을때만 쓸모가 있는 탓에 위험성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마치 우물가에서 김칫국을 찾는 것과 비슷한 호들갑이라는 것이다.

컴퓨터사용자들에게 화제를 불러일으킨 사건인만큼 이와 관련된 뒷얘기를 정리해본다.

○…이번 사건의 결과를 볼때 최대의 수혜자는 아이러니컬 하게도 한글과 컴퓨터사라는게 중론.

한글워드프로세서 시장의 80%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한글과 컴퓨터사가 18일윈도우용 아래아한글 3.0신버전의 출시를 앞두고 돈들이지 않고도 엄청난 홍보효과를 얻었다는 게 그 이유.

무엇보다 아래아한글 2.1과 2.5의 암호체계가 풀리는 바람에 관공서나 중요기관등에서는 자연스레 아래아한글 3.0을 구입할수 밖에 없는 상황. 결국 한글과 컴퓨터사로선 아래아한글 2.5를 더이상 판매할수 없는 미묘한 시점에서이번 사건이 터져 큰 득을 본 셈.

이제까지 아래아 한글 프로그램의 변조자에 대해 고소 고발을 서슴지 않던한글과 컴퓨터사가 명백한 저작권위반으로 규정해놓고도 해독자인 이승욱씨에 대해 고소를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듯.곧 출시될 아래아한글 3.0의 경우 '워드퍼펙트' 'MS-워드'등 성능좋은 외국산워드프로세서들에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분분한 시점과 맞아떨어진 것도 한글과 컴퓨터사의 행운(?)이라고.

○…컴퓨터통신의 일부 게시판에는 이승욱씨의 암호해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글들이 올라와 눈길.

김유정씨가 15일 하이텔의 큰마당란에 '이승욱님과 이찬진 한글과 컴퓨터사장과의 관계는?'의 제목으로 서울대 선 후배인 이들의 사이를 묻는 글을 게재.

이승욱씨는 하이텔에 15일 'comty의 입장'이라는 글을 통해 "이찬진씨와 같은 서울대출신이고 학번도 별차이가 없으므로 이번 사태에 뒷배경이 있을지모른다는 오해가 있을수는 있다"면서 "재학시 고시공부를 하느라고 컴퓨터는손에 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과사무실이 동떨어져 있는 관계로 이찬진씨와우연히 마주쳐서 알게 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씨는 사장 이찬진씨외에 한글과 컴퓨터사 개발 책임이사 김형집씨(28)와는 컴퓨터공학과 선후배사이로 알려져 있고 기자들에게 "이찬진씨와는서로 이름만 알고 있 는 관계"라고 말해 묘한 여운.

한편 이씨는 또 15일 하이텔의 공개자료실에 5자리이하의 숫자로 된 아래아한글의 암호를 풀수 있는 프로그램 '누메릭(Numeric)'을 또다시 올려놓았는데한글과 컴퓨터사 의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진 누메릭은 16일 오전 현재 4백여명이 이 프로그램을 받아간 것으로 집계됐다.

○…한글과 컴퓨터사는 아래아한글 2.1과 2.5의 사용자들이 이승욱씨의 해독프로그램인 code21.exe에 걸리지 않고 문서보안을 할수 있는 두가지 방법을제시.

아래아한글의 메뉴에서 차례로 선택사항-저장-압축을 선택한후 비밀번호를넣어주거나, 파일의 크기를 10쪽이상으로 만든뒤 암호를 걸어주면 해독프로그램이 무용지물이 된다고. 〈박병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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