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

입력 1995-03-15 08:00:00

제3장 강은 어디서 시작되나 ⑬헌규가 발길로 내 배를 찬다. 숨이 막힌다. 나는 엉덩방아를 찧는다. 벌떡일어난다. 헌규 앞에 차려자세를 취한다. 헌규가 나를 보고 놀란다. 업소에있을 때도 나는 더러 맞았다. 맞고 난 뒤엔 칭찬을 들었다. 자세가 되먹었다고 식구들이 말했다.

"이건 순 볼핀이잖아"

헌규가 킬킬 웃는다. 더 때리기를 포기한다.

"왜 때려? 가만 있는 시우를 왜 쳐. 네가 뭔데? 개자식, 날 또 때려봐. 어디한번 더 올라 타보시지?"

미미가 헌규에게 말한다. 미미가 재빨리 핸드백을 연다. 무엇인가 꺼낸다.송곳이다. 미미가 그런 걸 가져올줄 몰랐다.

"찔러 봐"

헌규가 미미 앞에 한발 나선다. 나는 얼른 미미와 헌규 사이를 막아선다."안돼!"

내가 미미한테 소리친다.

"시우 뒤엔 갱단이 있어. 너 찍혔다 하면 뼈도 못추려. 꺼져, 개새끼!"미미가 헌규에게 말한다. 송곳을 꼬나쥔 미미의 작은 손이 떨리고 있다."두고 봐. 나도 생각이 있어. 상판을 확 그어 버릴테니"

헌규가 말한다. 손을 턴다.

"네가 긋기 전에 내가 네 상판에다 염산을 뿌릴 거야. 그따위 공갈에 누가떨줄 알구"

미미가 말한다. 헌규가 풀밭을 떠난다. 혼자 비탈을 오른다. 그가 차를 탄다. 차를 길 가운데로 꺾는다. 차가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 빨간 차가 장난감차처럼 작아진다. 차가 야산 모퉁이로 사라진다.

"시우야, 안 아파?"

미미가 핸드백에 송곳을 넣는다. 손수건을 꺼낸다. 코피 닦아 하며 손수건을내게 준다. 손수건에는 포도 그림이 있다. 손수건에서 익은 포도 향기가 난다. 나는 코피를 닦는다. 포도가 터진다. 포도에 피색이 묻는다. 미미에게미안하다. 나는 손수건을 미미에게 준다.

"너 맞을 때, 그 자세 이상하더라. 어디서 배웠니? 꼭 군발이 같애"-군에도 못갈 치가 군인정신은 철저하군. 그런 부동자세 어디서 배웠니? 쌍침형도 물었다. 그럴 때, 나는 중사 출신 조씨를 생각했다."시우 네가 힘은 더 셀것 같은데 왜 맞고만 있었어? 오뚝이처럼 빨딱 일어나차려자세루?"

미미가 고개를 갸웃한다. 나는 누구를 때려본 적이 없다. 나는 사람을 때릴수 없다. 때리는 게 더 겁난다. 때리기보다는 차라리 맞는 게 낫다. 맞고 나면 후련하다. 한동안은 다시 때리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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