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세계중심국가의 두바퀴

입력 1995-03-14 08:00:00

옛날 어느 나라에 왕자 3형제가 살았습니다. 첫째 왕자는 먼나라 대제국에서통치의 법을 익힌 후 부왕의 대를 이어 훌륭한 국왕이 되었습니다. 둘째 왕자는 통상의 법을 배운 후 여러나라를 장악한 국제 거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두 왕자의 업적은 후세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셋째왕자는 정처없이 돌아다니다 높은 나무 기둥위에 앉아 고행하는 수도승을 만나 구도의 생활을 했습니다. 고행이 끝났을 때 그 왕자는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변형시키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어느날 그는 처음 보는 극락조를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제비로 변신하여 따라갔으나 그 극락조는 이상한 산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산은 보라빛 안개로 덮여 버렸습니다. 그 왕자는다시 강한 햇볕이 되어 안개가 걷히도록 했습니다. 안개가 걷히는 순간 빛이된 그 왕자는 모든 생명의 내면 모습과 마음의 언어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이 모든 생명체는 각자의 참 모습과 언어로 세상만사를 웃음과 눈물로 이야기하고 각자의 수난과 좌절, 그리고 희망과 환희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왕자이야기의 교훈**

그 왕자는 자신의 시간이 다한 것을 느끼고 자기의 가슴을 다 비워 작은 나무상자를 만들어 그 상자속에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그림으로 그려 넣고 모든눈물과 웃음을 다 쏟아 넣었습니다. 그리고 자기의 심장에서 4개의 힘줄을뽑아 그림이 담긴 나무상자 위에 4줄로 팽팽하게 매었습니다. 그러고는 왕자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후 나무상자는 덤불에 묻혀 버렸고 수백년의 고독한시간이 흘렀습니다.

어느날 집시 공주가 극락조를 발견하고 쫓아가며 화살을 쏘았습니다. 그러나화살은 빗나갔고 작은 나무상자에 꽂혔습니다. 나무상자를 발견한 집시 공주는 이상히 여겨 자기 활로 4개 줄을 튕겨 보았습니다. 그러자 아름다운 소리와 함께 그림들도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해서 바이올린을 포함한 음악과 미술이라는 예술이 탄생했습니다. 이것은 헝가리 문화권에 있는 전설로서 인간삶의 진실을 상징화한 것입니다.

2년전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 '신한국 창조론'이나 얼마전 세계화와 함께등장한 '세계 중심 국가론'을 재정리해 보면 거기엔 민주화, 한국화, 첨단화, 세계화등의 중심 개념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진정한 민주사회를 건설하고 우리의 고유한 문화를 재창달하여 학문과 기술의 각 분야를 세계 일류로만들어 국제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훌륭한 국정 지표입니다. 그러나 강조되는 부분은 첨단과학 기술개발이고 수익증대를 위한 경영전략입니다. 국가운영정책에 따라 대기업도 여러분야 수출에서 올해 세계1위를 확보할 것이고첨단기술산업은 10년내에 모든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에 도약하며 시장 규모역시 현재의 4배가 되는 4조3천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매우 자랑스럽고 신나는 일입니다. 그러나 꼭 기억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20세기 초반의 독일은 세계적인 공황과 독일 내부의 경제 파탄에도 불구하고르네상스 이후 가장 찬란하게 첨단과학기술을 개발하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여 세계 어느 국가의 추종도 불허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1920년대에 이미 양자역할을 정립하고 무선전화, TV송신등을 실시했고, 30년대에는 천연색 TV생산, 인조합섬개발, 제트기 생산, 로케트 시험비행, 원자핵 분해등의 업적을쌓았으며, 40년대에는 V-2로케트를 제작하고 미국에 훨씬 앞선 원자탄 개발준비를 완료했습니다. 동시에 20여년동안 20여명의 노벨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단일 국가로서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등 4강대국 연합군을 상대로 1대4의 치열한 전쟁을 6년동안이나 치렀다는 사실만으로도 독일의 첨단과학기술, 경제력, 국제경쟁력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예술의 몰락 경계를**

그러나 탁월한 과학기술과 경쟁력을 보유한 독일의 제3제국이 인류가 추구하는 이상적 국가는 결코 아닐 것입니다.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을 불태우고 예술인들을 박해하며 세기적인 신학자, 철학자 등을 추방하고 끝내는 6백여만명이나 되는 양민을 살해한 국가이며 정권입니다.

과학기술과 국가경쟁력의 대명사 독일이 패망한 이유는 그 정권이 정신과학과 예술을 질식시킨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첨단과학과 기술의 개발그리고 통상에 의한 국가경쟁력만을 집중 강조하고 지원할때 우리의 정신과학과 예술은 상대적으로 몰락하게 마련일 것입니다. 우리의 GNP는 세계 15위이나 사회종합발전 서열은 70위라는 사실이 하나의 징조가 될 수 있습니다.여기에 세계중심국가로서 발돋움하려는 우리 국가와 정부의 고귀한 공동체에암세포가 생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계명대학교 총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