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선거법개정을 둘러싼 여야대치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황낙주국회의장공관과 이한동국회부의장자택에 대한 경찰력투입에 대해 민주당이 극도의 흥분감을 보임에 따라 정국경색이 심화되고 있다. 정가에서는 한때 기대되던여야협상이 물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그러나 여당도 공권력투입직후 협상재개를 시도하고 있고 야당도 겉으로는투쟁분위기가 팽배하지만 속으로는 대화움직임이 지배적이어서 협상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는게 정가의 관측이다.다만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편이다. 이제는 선거법개정문제뿐만 아니라 경찰투입을 비롯한 전반적인 정국현안이 거론될 수밖에 없는데다 여야합의처리보장 문제에서 다시 격돌할 수 밖에 없기때문이다.현재 예측되고 있는 상황은 우선 날치기가 강행처리되든지 저지되든지 아니면 협상타결이 되든지 또 대통령귀국이후로 상황이 연기되든지등 다양하지만어느것도 장담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
한편 정치문제해결에 경찰력이 동원된 사례는 유신말기의 YH사건과 김영삼신민당총재제명안처리, 5공때 국시발언을 빌미로한 유성환의원 체포동의안처리등이 고작이어서 일단 여권은 이 자체만으로도 정치적인 오점을 남긴 셈이다.
○…민주당은 현재 강경투쟁방침을 결의하고 있지만 여전히 협상에 무게를싣고 있다. 내막적으로는 대화자체를 거부하고 강경투쟁일변도로만 나가겠다는 표정은 아닌 듯하다. 정권타도투쟁여부는 날치기처리이후에 고려하겠다는것이다.
그래서 일단 통합선거법의 날치기처리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과 함께 협상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당론은 사실상 이미 기초단체장 선거만이라도정당공천을 하겠다는 소위 '반반론'을 정하고 있다.
민주당의 12일 의총에서도 협상론자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입장은 민자당의 날치기 강행시 결국 얻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자체 판단 때문이다.
○…현재 파국이냐 타결이냐의 갈림길의 열쇠를 거머쥐고 있는 쪽은 민자당이라는데 이론이 없는 편이다. 민주당은 물러설 수 없는 협상안을 내놓은 상태다. 그래서 민주당의 '반반론'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30만명및 혹은 50만명 이상지역의 기초단체장들에 대한 정당공천의 '인구론'을 관철시키느냐는것이 변수이다. 현재 민자당내에서는 강경론과 온건론이 갈리고 있는 형국이다. 현경대총무및 김윤환정무장관등 온건론자들은 공권력 투입직후 개정안을처리할 경우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기때문이고 동시에 야당의 물리적 충돌을최소화하기위해서는 냉각 기간이 필요하다는 논거이다.
이에 비해 김덕용총장등 강경론자들은 협상가능성이 끝난 상황에서 시간을끌 경우 야당의 페이스에 말려들것을 우려, 김영삼대통령의 귀국이전에 상황을 종료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분명한것은 이 문제를 조속히 끝내야 하고 설령 야당과의 협상에 들어가더라도 여의치 않으면 바로 강행처리하겠다는 방침은 분명한 것 같다.○…여야간의 대치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대목은 김영삼대통령의 귀국일이 15일이라는 점을 감안, 이전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김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쓸지 여부다. 동행취재중인 기자들과의 간담회가 14일 예정되어 있는 것도 주시대상이다. 현재 귀국때까지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현행법대로 나가는결단, 정국 파국에 대한 자신의 부담을 덜기위해 당에 일임, 야당의 반대에도 밀어붙이는 대신 국면전환용 빅카드 사용등의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