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훈수 정가파문〉

입력 1995-03-09 22:12:00

정국현안인 기초선거정당공천문제에 대해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이 드디어 침묵을 깼다. 그는 8일밤 명동성당에서의 한 강연회를 통해 정부여당의 논리를정면으로 공격, 정가에 파문을 던지고 있다.김이사장은 이날 통일특강 말미에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민자당이 통합선거법의 개정안을 제출한 것은 오해를 피할수 없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그는 "법에 의해서 정당공천을 금지하는 것은 세계 어디에도 없고 이것은 위헌의 소지조차 있다"면서 "기초단체의 정당공천은 국민적 검증을 받았고 여야와 중앙선관위의 일치된 합의였으며 대통령의 선포식까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4년전 지방의원선거당시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이 배제됐지만 선거과정과 결과는 양당대결양상이었고 이것이 주권자의 진정한 의사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정치개입으로 비쳐질 것으로 걱정했던지 해명도 곁들였다. "나는 민주당지도부에 이래라 저래라 한 일도 없고 민주당지도부가 나한테 지시를 받아 할 만큼 무능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며 현정부도 내가 동교동집안에서 몇마디 한것에 영향을 받을 만큼 허약하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쓸데없이 뒤집어씌우지 말고 당당하게 TV토론등에 응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정가는 김이사장의 발언이 여야간에 대화를 조금씩탐색하는 단계에서 상황을 더욱 꼬이게 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던지면서 그배경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그 자신이 발언의 파장에 대해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불구 정면대응하고 나온데 대한 이유다.

우선 의장단억류문제로 다소 곤경에 처해있는 민주당에 대한 힘을 보태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민주당의 전선대오를 더욱 튼튼히 함은 물론여당의 강행통과시 정국파국의 경고성격도 짙다는 분석이다. "지자제실현을위해 생명까지 걸었던 나로서는 정부여당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 지금의 정치적혼란을 수습하기 바란다"는 그의 발언에서 이를 잘 읽을수 있다.그러나 김이사장의 발언이 대화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민주당의 협상력을강화시키기위한 것이라는 반대논리도 만만찮다. 총재측과 동교동측에서 주로흘러나오고 있다. 공개적인 대화촉구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라는 것이다.김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정가는 긴장하고 있다. 민자당은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비난하면서도 정국경색의 악재로 작용할까 우려하고있다. 박범진대변인은 "김대중씨가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민주당의원들의 불법행동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힐난했다.

민자당의 심야고위당정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는 "김씨의 발언으로 잠시 싹이보이는 듯하던 민주당일각의 협상론은 완전히 제동이 걸릴 것 아니냐"고 내다봤고 당내 민주계 모의원은 정계복귀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의 일환으로 분석했다.

물론 민주당도 일부 당혹하는 분위기도 있다. 문희상비서실장도"이기택총재는 지난 첫기자회견때 토론에 당당히 나서라는 김이사장의 충고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위해 일체의 대화거부의사를 표명한 적이 있다"고 소개하고 "자칫 다시 당론에 영향을 준 것처럼 비쳐질까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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