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송자 연세대총장은 경북대에서 가진 특별강연을 통해 "대학은새것을 가르치는 곳"이라며 대학의 창의성을 유별 강조했었다. 오늘의 국제경쟁시대에 대처하고 세계화를 위해서는 먼저 그 '새것'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대학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의 변화는 대학입시제도에서 찾아야한다. 결국 대학입시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것은 대학교육의 질적통제가 인재의 선발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우리나라의 입시제도는 사실 '조령모개'의 표본이었다. 해방이후부터 50년대까지만도 대학자율에 상당히 맡겨졌던 대학입시였다. 그것이 60년대 문교부주도로 바뀌면서 80년대까지 '죽끓듯'바뀌어갔고 그에따라 중고등학교의 교육이 춤을 췄던 것이다.
지난91년 당시 교육부는 94학년도 대학입시에서부터 본고사를 실시하는 것을주요내용으로 하는 대학입시 개정안을 발표, 전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94학년도 입시부터 적용한다는 것은 당시 고교 신입생이 입시를 치를때부터적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언론은 흥분했다. 망국병인 '과외'를 다시 불러온다느니, 교육을 10년 거꾸로 되돌려놓는다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94년 대학입시는 사실 대혼란이었다. 먼저 복수지원제가 처음 실시돼 대학간, 대학내 학과간 서열차가 뚜렷해졌다. 두번째 본고사를 실시하는 대학들이 갈수록 늘어났다. 세번째 특차전형이다. 그리고 이 제도는 95년도에 더욱확대 적용됐다.
올 대입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중 하나는 고득점 재수생의 감소였다. 이같은 현상은 내년 입시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입시관계자들은 예측한다. 대입진학자원의 절대수가 줄어드는 것이 이유중의 하나지만 복수지원제도 큰 원인이다.지금까지의 입시는 4년제 대학에서 단 2번, 전기와 후기의 선택뿐이었다. 따라서 전기에 낙방하면 마지막 후기뿐이었고 그야말로'10년공부 도로아미타불'을 방지하기위해 '원서'작성에 배수진을 칠수밖에없었다.
그러나 복수지원제는 다르다. 비록 올해 후기의 경우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전기에서 사실상 2~3개의 대학을 선택할 수 있었고 또 이중, 삼중의 합격자들은 대학을 골라갈 수 있었다.
수험생들의 대학 선택은 대학들간의 경쟁을 유발하는 필연적 수순이다. 2천년대면 대학진학 자원이 줄어든다는 통계자료는 대학들의 긴장도를 예상보다훨씬 높게 만들어준다.
올 입시에서 포항공대는 지원자의 70%가 서울대에 복수지원해 정원의 19배인 지원자들을 합격자발표에 성적순으로 발표, 등록포기하면 차순위를 합격통지했었다. 대학들이야 끝없는 정원충원으로 곤욕을 치르지만 수험생으로서는 정말 많은 기회를 제공받으니 결국 상위권 수험생들에게는 그만큼 진학의 기회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대학도 상위권 대학부터 정원을채워갔고 수험생들도 상위권 성적의 탈락률이 줄어들었다.
이런식의 복수지원제가 더욱 확대된다면 성적이 높은 수험생부터 대학을 선택하는 꼴이 돼 상위권 수험생의 재수율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울대의경우 93년도 35.3%이던 재수생이 94학년도엔 31.6%로, 또 올해는 27.9%로 각각 줄어드는등 소위 상위권 대학들의 재수생 합격률은 94년부터 엄청나게줄어들었다.
지난해 공과대학을 중심으로 한 일부학과에서 수험생들의 기피로 미달사태를 빚었던 경북대가 올 입시에서 또 농대 미달사태가 불거지자 "내년 입시에서는 어떻게하든 서울대와 입시일자 중복을 피하겠다"며 방법을 모색중인것도 복수지원제를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경북대가 입시일을 달리 하겠다고 공언하자 대구지역 대학들, 특히 경북대와 라이벌관계에 있는 대학들은 한마디로 '가격파괴'라며 펄쩍뛴다.올 입시에서 복수지원제로 결쟁률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일부 전기대는 등록에서 무더기 포기사태로 또한번 '톡톡히' 재미의 값을 치렀다. 지역대학들은 경북대의 정원이 물경 5천명에 육박하는 점을 들어, 또 경쟁대학들도 4천여명으로 만약 경북대와 입시일자를 달리한다면 이중합격자들의 경북대선택을 어찌 막을것인지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북대의 주장은 오히려 "그만큼 수험생들게 선택의 기회를 늘려주는 것"이라며 궁리에 골몰하고있다.
대학입시가 성적(내신과 수능, 또 본고사)을 중심으로 치러지는 한 복수지원제는 오히려 성적만능의, 전인교육보다는 입시위주의 교육에 치중하게 한다는 비난이 따르지만 그나마 수험생으로서는 반가운 제도임에는 분명하다.대학을 수험생이 선택한다는 점에서, 대학들의 특성화와 차별화 전략이 절실히 요구되는것도 세계화를 위해서는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고 믿는다.〈이경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