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군장악 아직 못했다"

입력 1995-03-09 12:16:00

북한 김정일이 올해들어 군부대를 빈번하게 시찰하는등 군관련 행사에 자주모습을 나타내는 것은 아직 그가 북한군을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하고 있음을드러내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에 의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한국국방연구원(KIDA)의 북한연구실장 김구섭박사는 KIDA가 발간,이달말 우리군 내부에 배포될 '주간국방논단'에 기고한 '김정일체제 공식출범 지연의실질적 이유'라는 연구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박사는 이 논문에서 "올해 김정일의 빈번한 군부대시찰, 인민군 선동원대회를 통한 민·군 친선다지기, 인민무력부 중심의 대김정일 충성대회 개최등은 김정일의 군권장악이 미비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징후"라고 밝히고"때문에 김정일은 이같은 일련의 선전활동을 통해 군사지도자로서의 권위를북한군 및 북한사회에 내면화하는 '제도적 군권의 권위화'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 논문에 따르면 김정일은 당중앙상무위원, 당중앙군사위원 서열1위, 국방위원회 위원장, 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인민군 원수계급을 겸임, 형식적으로는 거의 완벽한 군권장악을 하고 있으나 △김일성에 비해 카리스마가 없고,△혁명 1, 2세대들에비해 너무 젊으며 △전쟁경험 뿐만 아니라 군사경험조차도 전무하기 때문에 제도적 직위와 결부된 군권의 행사만으로는 군부엘리트들이나 군인들의 불만과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김박사는 특히 김정일의 주석직 승계 지연과 관련, "그동안 '효자설' '건강이상설' 및 '권력투쟁조짐설'이 각각 그럴듯한 논리적 근거를 갖고 제시됐지만 이들 주장들은 논자들의 아전인수격 추측에 불과한 것이었음이 밝혀지고있다"면서 "승계지연의 실질적인 이유는 김정일이 북한의 군사지도권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한데 있으며 김정일은 '유훈통치'를 통해 선대의 권위와 카리스마를 활용해 시간을 벌고 그 사이에 자기권력의 권위화작업을 전개해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일의 이같은 '제도적 군권의 권위화' 작업은 △올해들어 자신이 직접 군복을 입고 군부대를 빈번하게 방문하고 △인민군 제9차 선동원 대회를 지난83년 제8차대회이래 12년만에 개최, 김정일 자신이 직접 3일 연속 참석했으며 △인민무력부의 대김정일 충성모임이래 각군부대에서 이같은 모임이 개최되고 있는데다 △평양방송등 언론매체를 통해 김정일을 '백전백승의 강철의영장'으로 찬양하면서 김정일이 당면한 군사적 현안문제들을 독창적으로 해결해나가고 있음을 선전하는 등의 방법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김박사는 이어 "이같은 '권위화'작업은 김정일의 공식 출범이전 6개월간은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따라서 김일성 사망 1주기인 오는 7월8일 이후에 김정일이 주석 및 당총서기에 올라설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한편 김박사는 오진우 사망이후 그의 후임자가 아직 임명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 북한군의 대부로 인민무력부장과 정치국 상무위원 등 5개의 직책을맡고 있던오의 후임은 그가 생전에 누렸던 카리스마와 위치의 중요성을 고려, 김정일이 주석직을 공식승계한 이후에나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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