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 불황 일 한국관광객에 손짓

입력 1995-03-09 00:00:00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엔고 현상으로 멍이 든 일본의 유명관광지들이한국인관광객을 부르고 있다. 일본인들이 국내관광을 외면하자 해외여행붐이일고 있는 한국등 주변국의 관광객유치로 불황을 타개해 보려 눈을 돌린 것이다.일본중부 시즈오카(정강)현내 유명한 온천관광지 이즈(이두)반도의 동쪽해안3개시와 2개정으로 구성된 이즈동해안 국제관광모텔지구 정비추진협의회 는최근 주일한국특파원들을 대상으로 지역내 관광자원을 소개하는등 한국인 관광객 유치작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또 동해연안의 돗토리(조취)현은 앞으로 한국인관광객을 적극 유치하기로 하고, 서울에서 각 여행사의 일본담당직원 9명을 초청, 현내 관광코스를 직접 안내하면서 홍보에 열을 올렸다.이밖에 규슈(구주)의 각 현들이 서울시내 지하철에 관광홍보 광고를 다투어게시하는 등 일본의 각지방 자치단체들이 최근들어 한국을 상대로한 관광객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일본 각지방의 이같은 움직임은 일본인들의 해외여행이 급증하면서 관내 관광지가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때문이다. 총리부 통계에 따르면 90년대초 일본인들의 연간 국내 숙박여행일수는 1인당 평균 2.5일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엔화가 폭등하면서 국내여행보다 해외쪽이 싸게 먹히는 기현상이 일상화 되자 외국으로만 관광객이 몰려 국내관광지는 이름난 곳일수록 파리를날리고 있다. 유명한 만큼 비싼 탓에 발길이 더욱 뜸한 것이다. 특히 유명지역은 버블경제 당시 대폭 늘린 시설들이 이제는 남아돌아 유지비 조차 못건진다고 비명이다.

실제로 지난 89년 9백66만명이던 해외여행자는 불과 5년만인 작년에 무려 1천4백여만명에 달해 5할 가까운 신장세를 보이면서 국민의 1할이상이 외국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관광지의 불황과는 대조적으로 해외여행알선업체들은 호황을 누리고, 하와이나 괌·사이판등 가까운 곳은 물론 세계어디를 가도 일본인들을 만난다는 얘기를 듣게된 것이다.

3시2정이 똘똘뭉쳐 한국관광객을 손짓하고 있는 이즈동해안의 경우 유서깊은온천과 함께 국립공원인 해안·산야의 아름다운 자연풍광, 역사와 문학의 발자취등 관광자원은 나무랄데가 없다. 스스로 동양의 나폴리 라고 자부하는오랜 역사의 온천관광지 아타미(열해)를 비롯, 원천 8백개에서 분당 32t의온천수가 솟는다는 어항 이토(이동), 일본개국의 역사가 유명한 시모다(하전), 그리고 노벨상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천단강성)의 명작 이즈의 무희의 무대인 카와즈(하진)등등 일본이 자랑하는 관광휴양지들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인근의 후지산(부사산)및 하코네(상근)와 함께 연간 1억명 이상의관광객이 몰려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요즘에는 숙박시설과 테마파크등에 손님이 없어 아주 한산하다. 이즈해안 최대의 어항인 이토(이동)시의 경우 무려 9백개의 숙박시설이 있는데,작년에는 전성기의 절반정도인 4백여만명이 찾아오는데 그쳐 많은 업소들이적자에 허덕이거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토시 관광경제부의 사이토 유사쿠(재등용작)관광과장은 한국인들의 해외관광이 크게 늘고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 며 앞으로 가까운 일본의 이곳 이즈반도를 찾아오면 최대한의 서비스와 친절로 마음껏 즐길수 있게 준비하겠다 고 한국관광객이 많이찾아주기를 희망했다. 비싼 요금을 적정하게 낮추고, 원하면 통역서비스도제공한다는 것이다.

일본 국제관광진흥회 나가미 마사토시(영견정민)사업부장은 요즘 각지방자치단체들이 한국관광객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면서 일본인들의한국여행이 최근 크게 늘어난 것처럼 한국인의 일본여행이 늘어나면 국민간의 상호 이해에도 도움이 될것 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김종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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