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신토불이 토종씨름

입력 1995-03-08 08:00:00

수입품이 하도 난무하니까 우리것 찾기가 힘든 세상이다.수천만원씩 하는 가구에서 식탁에 오르는 밑반찬에 이르기까지 외국산이 밀려오니 그럴수 밖에 없겠다.

자연 우리것이 귀하다 보니 찾는것도 '신토불이'요 토종이 유행이다.닭도 토종닭이 제맛이고 돼지도 토종돼지, 소도 한우고기를 찾는다.최근 광복50주년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일본냄새가 나는 이름을 우리것으로고치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

또 일제시대 우리강산의 혈과 맥을 훼손한 쇠말뚝 제거 작업도 한창이다.모두가 우리것을 찾고 보존하려는 민족혼의 발로라고 보면 될것이다.**우리것 찾기 "열기"**

그런데 우리만의 경기라고 자랑하는 민속씨름에서도 외국에서 선수를 수입한다는 소식이다.

그래서 한국민속씨름협회 윤모사무총장이 내일쯤 몽골라와 러시아를 방문해우리 씨름과 비슷하다는 몽고의 '부흐'와 러시아의 '삼보'경기를 직접보고수입여부를 논의한 다는 것이다.

결국 수입 물결은 축구 야구는 물론 농구 배구 민속경기인 씨름까지 번진 셈이다.

그동안 국내에는 프로축구가 유일하게 외국선수 수입을 허용해왔고 프로야구는 재일동포선수에 한해서만 등록을 허용해왔다.

외국선수를 수입하는 것은 관중의 흥미를 유발하고 국내선수들에게 선의의경쟁을 불러일으켜 경기의 질을 높일수 있다는 점, 단기적으로는 부족선수를메울수 있는 선수 수급이라는 관점에서 좋은 점도 있다.

반면 외국선수 수입에만 몰두한 나머지 국내 아마선수를 키우는데 소홀할 수있다는 단점도 있다.

물론 국내 선수를 보호하기위해 팀당 2명씩으로 제한하거나 출전을 1명씩으로 규제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제한이 중요한것은 아니다.

프로라는 것은 어차피 돈과 직결되는 것이라면 이제한은 언제 팽개쳐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돈만 많이 주면 베이브 루스같은 야구선수나 매직 존슨같은 농구선 수,마라도나같은 축구선수가 국내팀에서 뛰지말란 법은 없다.

야구나 축구, 농구나 배구는 세계곳곳에서 하고 있는 종목이라 이해가 간다.그러나 씨름경우는 예외다. 우선 씨름은 우리고유의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다.

**프로와 민속경기**

또 3백㎏에 가까운 거구가 씨름기술을 익힌다면 천하의 이만기인들 그힘앞에어쩔것인가

일본의 스모경우 지난 85년부터 외국선수를 받아들였다.

그동안 일본인들은 외국인들에게서 일본고유의 위풍당당하고 고결한 스모 자질을 기대할수 있느냐며 요코즈나(천하장사)만은 일본인이 차지하는데 위안을 삼았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었다.

지난 92년 3월 22일 몸무게 2백60여㎏으로 태산같은 거구를 가진 하와이 출신의 살바레스 아티사노(일명 고니시키)가 13승 2패로 생애 3번째 일황컵을쟁취하자 일본 스모계는 발칵 뒤집혔다.

과연 그를 요코즈나로 인정할것인가 아니면 요코즈나만은 일본인으로 한정할것인가를 놓고 딜레마에 빠진것이다.

결국 고니시키는 일본에 귀화를 하지않아 요코즈나로 인정받을수 없다는 억지규정에 희생된 케이스다.

일본스모협회가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것은 결국 고유민속 경기에 흥행을 목적으로 외국선수를 받아들인 자업자득이었다.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판단을 해야한다.

일본의 유도나 한국의 태권도처럼 문호를 개방해 세계화로 경쟁하느냐 씨름만이라도 신토불이 토종씨름으로 남겨 전통을 살려 민족주의를 표방하느냐다.

**씨름만은…**

모든것이 세계화추세로 문호를 개방하는데 무슨 씨알까먹는 소리냐고 핀잔일지 몰라도 씨름만은 그대로 우리선수들만 뛰게 하는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한국이나 일본은 서구쪽사람들과는 신체구조상 차이가 많다.우리가 씨름에 관중이 몰리는 것은 우리정서에 맞는 우리것이기 때문이지 눈이 파랗고 체중이 2백㎏이 넘는 외국인이 계속 천하장사를 거머쥐고 있다면누가 구경할 것인가

세계화를 해야하는 것과 우리것으로 지켜야 하는 것을 냉철히 판단해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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