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진"등 대형유통업체 진출 막자"

입력 1995-03-07 00:00:00

대구시 중구 교동컴퓨터 상가. 몇년전만 해도 4~5개에 불과하던 컴퓨터숍이이제는 1백여개를 넘어섰다. 예전 주차장자리는 컴퓨터관련업체로 가득찬 3층건물이 들어섰고, 점포를 만들수 있는 공간들은 모두 컴퓨터숍으로 메워졌다.7~8평의 자그마한 점포들이 대부분이지만 20여평의 큼직한 점포도 가끔 눈에띈다. 마치 '개미군단'을 연상시키듯 소규모 업체로 즐비하지만, 업체마다독특한 노하우를 한두개씩 보유하고 있는게 이곳만의 장점이다. 초창기만 해도 거의 전 제품을 취급하면서 약간은 어슬픈듯한 기술을 보여주던 것에서이제는 업체마다 중요기술을 특화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현재는 컴퓨터관련업체가 전자 전기업체보다 훨씬 많아져 대구의 새로운 전문상가로 변모했음을 느끼게 한다. 이곳에 패기만만한 젊은이들이 대거 몰려들기시작한 것은 89년부터. 286XT급 PC가 나오면서 자신들이 직접 부품을 조립, 자체브랜드로 컴퓨터를 만들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자신들이 좋아하던 컴퓨터를 통해 부를 이루려는 20대중후반의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으므로 경쟁이 치열했다. 가격덤핑도 극심해 '제살깎아먹기'가 심각했다. 폐업하는 업소도 생겨나면서 아프터서비스가 문젯거리로지적됐다.

그러나 요즘은 크게 달라졌다. 교동상가 컴퓨터상우회 김한호회장(42·토탈컴퓨터시스템대표)은 "거듭나고 있다"는 말로 이곳 분위기를 전했다. 대부분 경험이 쌓이고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점차 안정된 상가로 바뀌고 있다는 것.

컴퓨터상우회소속 60여개업체가 '공동아프터서비스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공동아프터서비스제는 교동에서 컴퓨터를 구입했을 경우 상우회소속업체 어느 곳에서나 아프터서비스를 받을수 있는 제도다.고객서비스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이제도는 혹시 폐업하는 업소가 생겼을 경우를 대비하자는 것이다.

또 불법소프트웨어 추방운동을 벌이는 것도 돋보인다. 컴퓨터에 게임등 각종소프트웨어를 끼워 판매하는 것을 지양하고 정품외에는 취급을 않기로 했다.올해초 상우회 임시총회에서 '불법소프트웨어 추방'을 결의한후 꾸준히 계몽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같은 교동의 움직임은 세진, 하나컴퓨터등 외지의 대형컴퓨터양판점이 몰려오면서부터 본격화됐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양판점들이 교동에 위협을줄지모른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였다.

그렇지만 지난해말 대형양판점이 몰려 들때만 해도 우려를 했지만 현재로선별문제가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장담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대형양판점에비해 앞서있고 어떠한 부품이라도 쉽게 구할수 있는 장점으로 인해 주고객층인 고급사용자의 발길이 줄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큐에이시스템의 허영철씨(33)는 "업체마다 멀티미어디어나 소프트웨어등 전문기술 한두개씩을 보유하고 있어 대형 유통업체가 몰려와도 끄덕없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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