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혼선-무소속난립 예고

입력 1995-03-06 22:44:00

민자당은 대구시장에 누구를 공천할 것인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승패가 정치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데다 지역 상황으로 미뤄 결코 만만치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고민에다 마땅한 후보자마저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다급함때문이다.후보자로 거명되는 인물들 대부분은 지역 분위기를 의식, 무소속을 선호하고있고 그들중 몇몇은 결코 무시할 수 만은 없다는 현실도 여권으로서는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권은 그동안 이상희전대구시장을 최적임자로 판단, '0순위'로 놓고 적극적인 영입작업을 진행해 왔다.

최근에는 대구출신의 한 고위인사가 여권핵심층의 오더를 받고 이씨를 극비리에 접촉, 대구시장출마를 공식요청했으나 이씨는 완강하게 이를 거절했다.이미 공직을 떠난지 오래고 이제 후진들이 나서야 할때이며 특히 관료시절아랫사람(이해봉 이의익 전 대구시장을 지칭)과의 싸움은 인간 도리상 있을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이씨는 그후 일부 언론에서 자신의 출마문제가 본의와 다르게 보도되자 이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이씨는 6일 본사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입장을 비교적 명확하고 소상하게밝혔다.

이씨는 먼저 "일부에서 내가 값을 올리기 위해 고사를 하고 있다는 식의 말을 하고 있으나 나는 정치적 쇼를 할 위인이 못된다"며 "남의 진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자신의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현재 출마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이해봉 이의익씨에 대해서도 "그두사람은 내가 내무부 국장으로 있을때 계장이었다"며 "그런 후배들과의 경쟁은 있을수 없으며 누구에게 물어봐도 내가 양보해야 한다고 말할것"이라고개인적인 관계를 스스로 밝혔다.

특히 그는 "누군가가 그들을 설득시켜 배려를 하는 방법으로 출마를 포기토록 하면 출마하겠느냐는 얘기도 하고 있으나 상당기간 출마준비를 해왔고 많은 사람들과 연결돼 있는 그들이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이며 못할것"이라는말까지 했다.

그는 이어 "설사 후퇴를 한다해도 그 화살은 나에게 올게 뻔한 것 아니냐"며그들이 출마의 걸림돌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주변에서 대구에 가서 불출마 선언을 하면 어떠냐는 제의도 해왔다"면서 그러나 "출마를 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불출마선언이냐"며거절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씨는 특히 "청와대에서 불러 하라고 해도 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듣고 있다"며 "당원도 아닌 내가 어떠한 특별한 관계에서 출마여부를 결정할 이유가없는 만큼 1백%가 아닌 1백20% 출마하지 않는다"고 쐐기를 박았다.그는 지난 1일 중국방문차 상경한 채병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등 지역상공인들의 면담요청에도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다 안다. 할말이 없다"며 만나지않았다.

정가에선 이씨의 이같은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 여전히 의심스런 시각도 만만치 않다. 고사는 출마 정지작업을 위한 고도의 전략이 아니냐는, 특히 이씨 주변에서 출마준비를 한다는 소문등이 미심쩍게하고 있다는 것이다.여권은 이씨의 불출마 의지가 확인됨에 따라 대구시장 공천작업에 차질이 생겼다는 판단아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여권이 현재 우선 고려대상으로 삼고 있는 인사는 문희갑전의원과 이해봉 전대구시장등이다.

여권은 문씨가 서갑에서 정호용의원과 재격들에 나선다거나 시장에 출마할경우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그에 대한 끌어안기에 나서왔다.최근에는 김용태의원등 지역의원등이 그를 만나 구자춘의원의 자민련행으로공석이 된 달성군 지구당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권유했으나 문씨가 이를 거절하며 시장출마의 뜻을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은 문씨와 함께 이씨의 공천가능여부를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어 그 성사여부는 결코 낙관적이 아니다.

후보자 물색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한 고위인사는 "이씨는 젊고 유능한 인물"이라며 "현정부가 그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여권의 이같은 움직임은 어디까지나 일방적인 것이며 이들과는 아무교감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희갑전의원은 최근 "이달 15일경 민자당을 탈당, 본격적인 대구시장 선거전에 뛰어들겠다"고 선언, 무소속으로 본격적인 시장선거전에 돌입할 뜻을분명히 표명, "그동안 여권으로부터 달성군 민자당위원장 제의등을 받았으나이를 강력하게 거절했으며 여권과의 정치적인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일축하고 "무소속 연대세력등 정치권의 반민자 연합세력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것"을 기대하고 목을 자를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손을 내미느냐며민자당과는 인연이 끝났음을 천명.

한편 이해봉전대구시장도 최근 중구 봉덕동에 1백평 규모의 선거사무실을 개소해 지역의 유력인사들과 접촉을 강화하며 조직을 강화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정당공천을 생각하지 않는것이 일관된 입장이며 이같은 제의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의익전대구시장도 학교나 기관단체등을 다니며 지방행정 관련 강의를 하는등 지역활동을 강화하고 있는데 "민자당등 정치권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뭐라 할 수 없지만 조만간 행보를 확실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전시장은자신이 민자당원이 아님을 강조해 민자당행 가능성이 희박함을 시사.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들이 민자당원(문씨)이거나 여권성향인사였다는 점에서상황에 따라서는 민자호를 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이밖에 정호용의원, 이의익전대구시장, 조해녕현시장과 유성환의원도 민자당후보에서 완전 배제돼 있는 것은 아니다.

여권이 끝내 적임자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정의원과 두 전·현직시장들도 변수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의원의 경우 실현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시장경선에 나설 것임을 줄곧 밝히고 있는등 시장출마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지만 당이 특정인물을결정하면 들러리를 설수 없다고 말해 후퇴할 뜻도 비쳤다.

결국 민자당의 대구시장 후보는 정치색을 최대한 배제시킨다는 원칙아래 당선가능성에 최우선을 두고 선택될 것으로 보이나 야권·무소속 진영간의 얽히고 설킨 역학관계등을 고려해 볼때 어떤 인물이 낙점될 지는 예측불허라는것이 정확한 시각일 것이다. 〈정동호·정택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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