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 '급급'·학교부지 '뒷전'

입력 1995-03-04 08:00:00

매호국교 부지 확보난 사태(본보2일자 31면 보도 및 3일자 사설)는 문제가상당히 구조적이고 비슷한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로인해 대구시교육청은 3일 긴급 대책회의를 갖는등긴박하게 움직였다.이번 사태는 우선 시외곽과 시내의 기존 공장 부지등이 주거지역으로 변경,아파트단지들이 급속히 들어서면서 시작됐다는 점에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칠곡지구나 시지지구,월성지구·대곡지구·상인지구 등이 대표적 경우. 얼마전 발생한 대곡지구 중학교 신입생들의 원거리 배정 말썽이 학교신설이 학생수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문제의 단적인 예이다. 시지지구의 신매국교에서는 아동들이 2부제 수업을 받느라 오후반은 저녁 늦어서야 수업을마칠 수 있을 지경이라고 학부형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칠곡지구에는고교가 없어 학생들이 팔달교를 건너 시내까지 원거리 통학을 해야 하는 실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칠곡지구 등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라는 것이 시교육청측 설명이다. 택지가 계획 개발됨으로써 적어도 학교를 지을 땅은 확보할 수 있고, 늦긴 하지만 학교 신설이 추진돼 '당분간'만 고생하면 사태는 해결된다는 것이다.

문제가 더 심각한 곳은 계획 개발되지 않아 학교 부지조차 확보하기가 힘든지역이다. 대표적 예가 이번의 매호국교 같은 것이지만, 기존 대구시내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태들이 우려되고 있다. 공장 지역이어서 학교가 필요 없다가 최근 공장부지들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한 북구 침산동 일대나, 녹지지역 등에서 그냥 주거지역으로 변경돼 버림으로써 학교 부지 확보가 안된상태인데도 아파트가 마구 들어서는 지역 등이 그같은 경우.이러한 경우에는 도시계획을 하는 대구시에서 당연히 학교부지를 먼저 시설결정하는등 대책을 세운 다음 주거지역으로 변경해야 학생 발생에 대응할 수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교육청이 뒤늦게 혼자 땅을 사는 등 부지 확보에 나서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고, 그렇게 되면 학교 부지보다는 일반택지로 남기를 바라는 땅주인이 반발, 민원을 불러일으키기도 해 이번 매호국교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매호국교 사태는 이같이 나쁜 상황에다 "학교부지 확보는 교육청 소관일 뿐우리 일이 아니다"는 식으로 방관하는 듯하는 도시계획 업무를 맡고있는 대구시의 안일한 태도까지 겹쳐 연출한 최악의 결과로 인식되고 있다. 우선대구시는 지난 87년도에 이 지역을 아파트지구로 변경하고도 2년내에 해야하는 시설계획을 전혀 하지 않아 지적까지 받자 일반주거지역으로 또 변경함으로써 이 일을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라도 후속조치를해야 할 것이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대구시는 90년도와 92년 등에 걸쳐 교육청에 관련 사항을 통보했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당시 공문을 확인한 결과 이 말은 사실과 다름이 밝혀진 것이다.90년도에는 4월과 6월에 두차례 공문을 보내긴 했지만 이는 전반적인 학교시설 계획을 통지해 달라는 것으로 '매호국교 일대를 주거지역으로 바꿨으니 대책을 세우라'는 것은 아니었다. 또 92년에도 10월과 12월 두차례에 걸쳐 공문 왕래가 있었으나 그 역시 '2001년을 목표로 한 장기 도시계획 정비에 필요하니 전반적 학교 설치 계획을 보내라'는 것이었을 뿐이다. 따라서실제 매호국교 문제를 꼬집어서 대구시가 보낸 첫 공문은 93년12월30일자였으며, 그 내용은 "이 일대에 이미 주택업체들이 땅을 사들이고 있어 학교신설이 필요할 것 같다"는 '주택건설업계 동향통보'였다. 이에 교육청이94년2월8일자로 "학교부지가 확보될 때까지는 아파트 건설 승인을 하지 말아달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무시되고 곧바로 아파트가 허가 됐다는 것이다.

이제와서 어느쪽이 잘못했는가를 따질 것은 못되지만, 대구시 관계자의 잘못된 의식이 크게 작용했다면 이는 꼭 고치지 않으면 안되는 과제일 것이다.시청은 지역의 생활을 총체적으로 책임지는 종합행정 기관인데 섹터주의에사로잡혀 있다면, 자치시대에는 더욱 맞지 않을 터이다. 일본의 경우 지방자치 단체들은 교육-경찰 예산까지도 함께 수립, 시 예산에서 교육 예산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만큼 교육 관련 지원이 시의 주요한 업무로 인식되고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대구시 경우 최근 몇년 사이에 도시계획위원에서 교육청 관계자를 아예 제외시켰을 정도로 소외시키고 있고, 계획 개발하는 택지에서도 제일 못한 지점을 학교 부지로 지정하기 일쑤이기도 하다. 의식의 전환이 없이는 매호국교 같은 사태가 또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암시하는 사례들이 전부터 적잖았던 것이다. 〈박종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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