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 결산〉

입력 1995-03-03 23:14:00

제172회 임시국회 대정부질문은 민생현안 보다는 지방자치선거와 관련한 여야간 정치 현안에 초점이 모아졌다.여야 모두 이번 임시국회를 4개월 앞으로 다가온 4대 지방선거의 전초전으로인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치분야 뿐 아니라 통일.외교.안보, 경제, 사회.문화분야등 기타 대정부질문에서도 지자제 문제가 빠짐없이 거론돼 민생등 다른 주요국정을 다루는데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 대정부질문을 여야간 '정치싸움'으로 몰아간 가장 큰 쟁점은행정구역개편과 기초단체선거의 정당공천배제 문제였음은 물론이다.여야는 첫날 정치분야 대정부질문부터 맞붙기 시작, 마지막 사회.문화분야대정부질문까지 4일동안 이들 문제를 둘러싼 논쟁을 계속했다.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민자당의 김영광 손학규의원등은 "생활자치의 실현을 위해 기초단체 선거에서 만큼은 정당공천이 배제되어야 한다"면서 여야간조속한 협상이 필요하다고 제의했다.

민자당의원들은 또 일제시대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현행 행정구역도 개편, 행정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간적으로 선거전 개편이 불가능하다면 선거후 개편이라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이에대해 민주당의 허경만 이해찬의원등은 선거를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에서민자당이 행정구역개편과 정당공천배제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선거불리를 의식, 지자제의 본질을 훼손시키려는 기도라는 주장으로 맞섰다.민주당의원들은 특히 지방선거 연기검토를 지시한 안기부 내부문서와 경기도의 입후보예상자 동향조사등을 거론하면서 여권이 지방선거를 연기시키려는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역공을 가했다.

이런 가운데 민자당 유성환의원이 느닷없이 대통령중임제 개헌론을 주장, 여야간 공방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경제분야와 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지자제문제는 빠짐없이 거론됐다. 특히 야당의원들은 △지방재정의 확충 △지방재정의 불균형시정 △중앙과 지방정부간 기능분담을 위한 대책을 집중 추궁했다.

이번 대정부질문에서는 이와함께 문민정부 2년과 '세계화' 국정지표에 대한평가를 둘러싸고도 여야가 첨예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민자당은 문민정부가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 사회 각분야의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린 반면 야당의원들은 현정부가 '구호뿐인개혁'으로일관, 내실이 없었다는 점을 집중 비난했다.

정부측이 마련한 한국은행법 개정안도 이런 관점에서 야당의원들의 집중공격을 받았다.

민주당의 김병오의원등은 정부가 중앙은행독립의 겉모습만 흉내냈을뿐 실제로는 한은의 독립성을 오히려 훼손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의 예산권과인사권박탈및 금융감독원 신설등은 정부가 중앙은행을 '신탁통치'하려는게아니냐는 것이다.

이번 대정부질문은 그러나 덕산그룹 도산과 영국 베어링은행 파산이 경제전반에 몰고올 파장에 대해서는 비교적 기민하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야의원 모두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대책과 금융및 증권시장의동요방지대책등을 집중추궁, 정부측의 경제안정 의지를 거듭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이홍구총리체제로 출범한 현 내각은 임시국회 본회의 답변을 통해 국정운용능력을 공개적으로 검증받고 내각의 독자적인 컬러를 드러내 보일 수있는 시험무대였다.

각료로 임명된지 불과 2개월 남짓 지난 시점에서 평가가 이른 감도 없지 않지만 출범 당시 '능력인사, 실무진용'이라는 평가에 비쳐봤을 때는 다소 기대에 미치지못했다는 시각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평가는 정치, 외교.통일.안보, 경제, 사회.문화 분야에 대한 의원들의 공세에 대해 과거 내각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맞서고 현안을 설득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특히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기초자치단체선거의 정당공천배제, 행정구역개편문제, 중앙은행 독립 문제를 둘러싼 한국은행법 개정안, 대북경수로지원문제 등에 대한 정부측 답변에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는게 여야의원들의 얘기들이다.

다만 가뭄문제를 비롯, 민생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이번 임시국회에서정부 차원의 중장기적인 가뭄대책, 수자원개발계획 등이 제시된 것이 그나마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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