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구섬유-뒷짐진 경제단체

입력 1995-03-03 08:00:00

'대구섬유'를 외부에서 꾸준히 지켜주고 이끌어가야할 주변기관단체들이업계로부터 '무능함'의 질타를 받아온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그러나 오늘도 그 질타에 대한 메아리는 별로 없다. 기관단체들의 '불감증'은갈수록 깊어지고있다.대구시는 섬유와 자동차산업을 두개의 축으로 지역경제를 이끌어갈 계획이다.그래서 섬유부문에는 '대구를 2천년대 세계제1의 섬유산지로'라는 청사진을 제시해 놓고있다.그러나 업계는 이 청사진이 '애드벌룬'이라는 것을잘 알고있다.

아직까지도 시장이 바뀔 때마다 섬유정책이 바뀌는 악습이 되풀이되고있는마당에 그 청사진의 실현성을 의심하지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텍스피아'건립이 마치 최대정책인양 내세우다가 시장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계획이무산되고만다.신임 시장이 들어설 때마다 반드시 섬유단체가 몇개씩은 새로생긴다.지역정부는 섬유를 키우기보다 오히려 우롱하는 느낌이다."지역 섬유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알맹이가 없다는 것입니다.섬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을 보호하고 개발하는 것인데 우선 행정관리들이 기술에대한 인식부터 부족해요.예를 들어 컴퓨터분야에는 소프트웨어가 개발되면복사를 하지못하도록 엄격히 통제하는데 섬유에는 아직도 그런것이 없어요.대구시가 가장 먼저 서둘러야 할것은 바로 이런 제도적 장치 마련입니다.질서부터 잡아야 하기 때문이죠.그런데 지금 섬유정책은 어떻습니까.이런 문제는 뒷전이고 그저 '개발원'이다 '센터'다하며 건물짓기에만 눈독을 들이고있어요. 공직자들의 공명심이 섬유를 병들게 하고있는 셈입니다"섬유인ㅇ씨의 신랄한 비판이다.

지난해 섬유단체에서 지역섬유 행정담당자를 불러 섬유에 대해 설명을 한 일이 있다.설명을 듣고난 그 담당자는 "패션이라면 그저 모델들이 비치는 옷을 입고 자랑스레 걸어다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더군요"라고 실토해서 업계에 화제가 된 일이 있다.우스운 일이지만 이것이 바로정책담당자가 갖고있는 '섬유론'의 수준이다.

섬유인들은 정책의 허구성을 잘 알고있다.그래서 가능한한 관의 행동에는 비협조적이다.물과 기름처럼 정책이 겉돌고있기 때문이다.

최대 경제단체인 상공회의소도 마찬가지다.회원의 절반 가까이가 섬유인인데도 지금 대구상의 움직임에 섬유의 앞날을 기대하는 업체는 아무도없다.상공인들의 '꽃'이라 불리는 상공의원도 '봉사'의 자리가 아닌 '자존심'의자리로 전락한지 오래됐다.

자연히 상의회장자리도 '명예'보다도 '힘'과 '과시'의 상징이라는 추악한 형태로 변질되고있음을 부인할 수없다.선거때만되면 지역경제보다는'내편' '네편'을 찾다보니 가뜩이나 단결력이 부족한 지역경제계는 더욱 조각나 버린다.

그러다보니 정책의 실무라 할수있는 부회장자리는 회장이 바뀌면 '천지개벽'을 한다.대구상의에 '리더십'이 없어진지는 오래다. 오죽하면 "상의 선거를 없애자"는 폐지론까지 고개를 들고있는 실정이다.

섬유업계의 가장 가슴아픈 사실은 창의성있는 앞서가는 섬유인의 90%이상이파산했다는 점이다.대부분 중소기업가들인 이들은 제도권에서 보호를 받지못하고 대부분 그늘속에서 지내고있다.바로 섬유정책의 '허구성'을 대변해주는 대목이다.섬유가 위기를 맞고있는 것은 섬유의 '장래'가 불투명하기때문이다.섬유의 불투명은 대구경제의 불투명과 통한다.

이제 벼랑에 선 '대구섬유'를 구하기위해서는 지역민 모두가 눈앞의 이익을 버리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새로운 구도를 잡지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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