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동네 노인정

입력 1995-03-02 08:00:00

'노인은 역사를 만들고 지키신 큰 어른이다. 이제 허허로이 역사의 뒤안길에섰지만, 지난날 가정과 사회에 이바지하여 오늘을 이룩하였으니 그 큰 업적을 누가 감히 지울 수 있겠는가. 여기 그분들이 지난날을 기꺼워 하며 편히쉬게 할 대산학구 경로회관을 세우노니 이곳이 어른들을 섬기고 받드는 전당이 되리라'이 글은 청도군 각남면 함박리에 있는 노인정 앞에 세워진 비문의 한구절이다. 함박동과 옥산동의 주민들이 힘을 모아 '대산학구'라는 학생 배정 구역이름으로 세운 이 노인정은 이 비문으로써 노인을 기리고 칭송하는 뜻을 드높여 놓았다.

노인은 젊은이의 뿌리요 정신적 지주로서 항진하는 현대인의 등대가 된다.그런데 혹자는 노인이 집안이나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로 여기고 이를 몹시 귀찮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개혁이니 혁신이니 하는 변혁의 과정에서 노인만 제거하면 곧 획기적발전이 이룩되리라고 쉽게 생각한다. 가지를 치고 잎을 솎아 성장을 촉진해야지 뿌리를 잘라 나무를 죽여서야 되겠는가.

오백오십년 전의 용비어천가에서도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므로 꽃이 좋고 열매가 많으니'하고 노래했다. 노인은 무용지물이 아니고,새시대를 창조하는 뿌리요 질서를 유지하는 법통이다.

노인정은 모두가 싫어하는 핵폐기장이 아니라 멀리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망향의 푯대요 마음의 고향이며, 어린이들에게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는 작은 궁궐이다. 이 노인궁을 정성으로 보살피고 공경하는 동네는 언제나 평화로운 웃음과 아름다운 노래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견일영〈대구 동부교육청 학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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