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창간49돌 특별대담

입력 1995-03-01 12:18:00

**김=김재홍씨(경북대 신문방송학과교수)**박=박영규씨(대구MBC 상무이사)

▲김=87년 6.29선언 이후 신문의 잇따른 창·복간과 CATV, 민영방송의 출범,나아가 통신위성을 통한 위성방송 실시예정 등으로 실질적인 다매체, 다채널시대를 맞았습니다. 또 생활양식 변화와 교육수준 향상, 여가시간 증가에 따라 정보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고, 사회가 개별화·전문화되면서 수용자측도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각 언론사의 생존경쟁은 치열해 질 수밖에 없고, 특히 규모가 작은 지역언론사의 어려움은 더욱 심화되리라고 봅니다.▲박=언론사뿐 아니라 모든 국가와 인종, 직종을 망라해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WTO체제가 그 사례가 되겠지만 1백32개 개방품목중 신문소매업이 포함돼 있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가판이나 24시간 편의점을통해 외국신문이 독자에게 바로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방송도 아직은 언어나민족정서문제로 인해 거리감은 있지만 이미 위성채널을 통해 국경을 넘어선경쟁을 벌이고 있어 무한경쟁시대의 언론은 곧 국내 언론계의 총체적인 위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김=먼저 신문을 살펴보면 자유경쟁시장 원리에 입각한 무한경쟁은 현재 중앙지의 경우 48면까지 발행, 편집의 다각화로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으며 각종 특집기사와 각면의 차별화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제작의 전산화(CTS)로 속보성에서도 큰 발전을 이뤘지만 정보의 질저하나 기사보다 광고가 더 많이 차지하는 지면, 속보, 과당경쟁에 따른 선정주의나 인권침해등은 언론윤리의 문제로까지 확산돼 그부작용도 심각한 형편입니다. 방송도 다채널화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 질높은 방송을 제공하고 국민에게 채널선택권이 주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측면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프로그램 부족문제나 질저하, 혹은 방송사간 대응, 중복편성, 연예인의 겹치기출연등으로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당하기도 쉬울 것입니다.

▲박=우리나라의 언론은 예외도 있지만 대개 권력구도에 따라 제도권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특히 방송은 철저한 제도권에서 탄생해 무한경쟁시대를 맞아자생력을 의심받고 있을 정도입니다. 민영방송, CATV의 출현으로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으며 경영면의 노 하우도 크게 부족합니다. 엄청난 스카우트바람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정된 인력으로 기존 채널과 새 방송사가공유하는 이러한 상태로는 질좋은 방송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반면 신문사에비해 생존의문제는 크게 없으리라고 봅니다. 고도성장으로 인해 광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돼 현재 기존 민방의 경우 민방이 출범해도 경영에는 큰 압박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신문의 부수확장이나 광고점유율이 매년1%이상 줄어들고 있고, CATV는 이미 미국에서 그 우월성이 증명됐습니다. 그러나 시청률경쟁으로 표현되는 각 방송사간의 경쟁은 이미 지적됐듯 과당 스카우트전으로 인적자원을 고갈시키고 선정적이고 질낮은 상업방송을 만연시킬 것입니다.

▲김=이러한 적자생존의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로 모색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신문은 전자신문처럼 뉴미디어와 결합한 새로운 상품기획이나 논평성, 해설성, 상보성등 신문고유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야 합니다. 또 데이터 베이스 구축등과 같이 채산성있는 사업도 병행해 경영에 대한 압박을 줄이는 방향모색이나 특히 읽고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는영상문화세대를 독자로 확보하기 위해 읽어서 유익하고 재미있는 기사발굴등장기적인 계획수립도 필요할 것입니다. 무한증면에 따른 근무여건 악화 역시질저하를 불러 일으킬 문제가 있는 만큼 이에대한 대책마련도 시급합니다.이젠 낭비적인 물량경쟁보다는 질적경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박=민간방송과 CATV의 출현은 기존 방송의 상업화를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호 보완관계를 유지해야 서로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다만 치열한 시청률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프로그램의 질적향상만이 유일한 살 길일 것입니다. 예를들면 국내 방송사에서 가장 기피하는 프로그램중 하나가 토크 쇼 형식의 프로그램입니다. 화면도 고정돼 있을 뿐 아니라 형식도 이야기 일변도여서 인기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소재에 따라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도 있어 결국 다양하고 유익한 소재의개발이 살아남기 위한 관건이라고 하겠습니다.

▲김=문제를 지역 언론사로 돌려보지요. 지역신문사는 경영이 어려운 만큼앞으로 더욱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입니다.

▲박=동감입니다. 과거 국내에는 '언론사와 은행은 망하지 않는다'는 속설이있을만큼 언론사업이 탄탄한 것으로 치부됐지만 무한경쟁은 이 틀을 깨뜨리고 문을 닫는 언론사를 속출하게 할 것입니다.

▲김=지역언론사가 중앙지의 증면등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획일성에서의 탈피가 시급합니다. 타 신문과 관계없이 무리한 증면보다는 회사규모에 알맞는 지면발행과 함께 대부분의 독자층이 관심을 가질 만한 지역뉴스의 지속적인 개발, 지역성을 살린 편집등으로 타신문과의 차별성 강화에중점을 둬야할 것입니다. 이러한 점은 정치·경제기사의 머릿기사화라는 틀을 벗어나 지역의 여러 사건을 많은 지면 배려로 상세하게 보도하거나 머릿기사로 올리는 등의 제작상 기술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중앙지의 지역동시인쇄나 지방면 강화등의 공세에 대한 적절한 대처방안 마련도 시급해 지역신문의 고전은 심할 것입니다. 지역방송은 중계프로그램이 많았지만 민방의 출범으로 지역프로그램의 확장이 시급해졌다고 하겠습니다. 대구를 비롯해 부산등 4개 도시에서 출범하는 민영방송은 당분간 SBS나 다른 프로그램제작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겠지만 빠른 시간내에 본 궤도에 올라 기존방송사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미 치열한 스카우트전으로 문제점을도출시켰으며 한정된 기술인력이라는 조건에서 1개 방송사가 증설된 경우라고 본다면 당분간 각사마다 어느정도의 과도기적인 암중모색시기가 되겠지요.

▲박=민방이 새로 출범해도 지역프로그램의 확보는 한계에 부딪칩니다. 현인력으로서는 지역프로그램(15%선) 제작에도 힘겹습니다. 우수한 개인 프로덕션이 설립되면 이러한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되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합니다. 지역신문에 대해서는 신세대 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합니다. 그들의 사고방법이나, 급변하는 생활방식등에 맞춰 제작시스템을가동시킬 필요도 있습니다. 지역신문사는 발행부수공개제도가 정착할 경우광고시장의 악화로 더욱 타격을 받겠지만 시대의 흐름이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해 실질적으로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해줄 적절한 상품개발이 필요합니다.〈정리·정지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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