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정당공천 배제 여야 한판격돌〉

입력 1995-02-27 22:57:00

민자당이 현행 공직자선거법을 개정,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과 단체장에 대한 정당의 공천을 배제하는 것을 명기한다는 방침이다. 당연히 민주당등 야권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발하는 수준이 아니라 "절대 수용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행정구역개편론이 지핀 불씨는 이제 기초단위의 정당공천배제 문제로 비화,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고 선거에 따르는 후유증을최소화하고 야당의 선거자금 공급을 최소화하려는 민자당과 국고보조금과 정당헌금 등 돈문제가 개입돼 완강한 태세를 보이는 민주당의 한판 대결로 치닫고 있다.민자당은 25, 26일 양일간 지방화특위를 열어 대통령이 25일 기자간담회에서'교통정리'를 해준대로 다른 모든 논의는 선거전에 않기로 하고 국고낭비등의 문제가 있다고 한 기초의원과 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만을 문제삼기로 했다.

민자당의 한 관계자는 "기초단체의 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할 수 있다'로 규정된 통합선거법의 조항을 '정당공천을 배제한다'로 바꾸고 이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 회기내에 처리가 안되면 곧 새 임시국회를 소집할 방침"이라고말했다. 그래도 안될 경우 단독촉처리도 강구중이다. 다른 것은 다 양보한만큼 정당공천배제에 대해서는 배수진을 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민자당이 내거는 대외적 이유로는 첫째, 주민자치 생활자치라는 원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도 중앙정당의 공천은 배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네일을 하는데 정당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두번째는 선거에 있어서의 관권개입우려를 들고 있다. "야당은 지금도 관권개입을 우려하고 있다"며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방안이라고 한다.

하지만 민자당의 의도는 다른데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가장 큰 이유로는 여권조직의 분열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의원들이 위원장들의입장이 미묘해지는 것을 우려, 공천을 원치않고 있다. 굳이 공천을 받지 못하는 나머지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또한 야당에 대한 선거자금 공급이 합법적으로 이뤄지는 선거법을 개정, 야당의 발을묶어보자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자당이 의지만 갖고 있다고 법개정이 쉬운일은 아니다. 물론 과반수를 넘는 민자당의원수로는 단독처리도 가능하다. 하지만 선거관련법을 날치기처리하기란 거대여당으로서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야당의 반대라는 험난한 산을 넘기가, 선거를 바로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무망할 것으로 보인다.기초단위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한다는 민자당의 입장에 대해 민주당은 한마디로 일축한다. 27일 전당대회 후 처음 열린 총재단 회의에서도 민주당은 "현행법으로도 공천은 안할수 있다"며 "아예 공천을 배제하자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논의자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민주당은 대통령의 기자간담회 논평에서도 "선거에 자신이 없으면 공천을 안하면 되는 것"이라고 빈정댔다. 법개정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한 관계자는 "민자당이 공천을 안한다고 우리더러도 공천을 하지마라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없다"며 "현행법대로 실시해보고 그 심판은 유권자에게 맡기는 것이 정도일 것"이라고 민자당의 법개정 방침을 비난했다.민주당이 이처럼 야단법석을 떠는데는 깊숙한데 다른 이유가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바로 기초단위의 공천에 따른 거액의 국고보조금이 나오고 거기다 주요 기초단체장에 대한 공천을 통한 정당헌금문제까지 개입돼 있다는소문도 있어 내막을 들여다본다면 도저히 민자당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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