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서방국가 비자발급 신경전

입력 1995-02-24 12:02:00

러시아외무부는 러시아인의 입국비자 취득을 어렵고 까다롭게 하는 서방국가들에 대해 마찬가지로 서방측에도 힘들게 입국비자취득절차를 만드는 비자발급정책변경을 검토중에 있다.그것은 비자받는데 애를 먹이는 서방국가들에 대한 순전히 보복차원에서 시도되는 정책으로 특히 미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이태리 등이 러시아인들로부터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바실리 비노그라도프 러 외무부 영사국장은 "외국 일부국가들이 러시아인들에 대해 비자발급을 고의로 지연시키거나 별 이유없이 거절하는 일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하고 "이들 국가들에 대해 우리도 같은 방법을 취하도록 하는 대책을 강구중에 있다"고 강조하고있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는 비자의 경우, 규정에 맞는 초청장이 있으면 인터뷰없이 쉽게 비자를 발부하고 신청후 시간을 끌거나 하지 않는데 서방국가들은꼭 인터뷰를 하며 이때도 무척 무례한 태도로 러시아인들을 멸시하는 듯한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또 즉석인터뷰를 통해 비자발급을 거부하는 경우도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서방국가들은 상당수의 러시아인들이 자국을 방문후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지않고 불법체류하는 일이 비일비재해 부득이 비자발급을 신중하게 할수밖에 없다고 변명하고 있다. 러 외무부로부터의 '비자정책변경'이 1백% 보복의 성격을 띠고있다는 점에 대해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관은 "매년14만명정도의 러시아인들이 미국을 방문하는데 이중 20%정도가 그대로 미국에 불법체류하니 비자발급을 쉽게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 주러독일대사관의 라인홀드 프릭힌거 공보관은 "매년 우리는 어느 유럽국가들보다 러시아인들에게 비자를 많이 발급하고있고 이 숫자는 매년 12만명에 달한다"며 "왜비자문제로 독일을 들먹이는지 알수없다"고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이에대해 러 외무부는 "외국입장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문제는 지나칠 정도로 엄격한 비자발급 절차로 인해 분명하고 정당한 방문이유 및 관련초청장을 가진 러시아인들조차 비자취득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가 비자발급 절차의 변경을 검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것으로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러정부내 일부 의견들은 "그래도 서방국가들과 비자발급 전쟁을 시작하는 것보다 관련 국가들과의 협상으로 문제해결 방안을 마련하는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모스크바·송광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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