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개발 미-러 감정대립

입력 1995-02-24 12:03:00

이란의 핵개발을 둘러싸고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감정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이란은 최근 1천2백메가와트급 원자로 2개의 재건설에 착수했다. 이 원자로는 70년대 팔레비국왕시절 페르시아만 인접한 곳에 독일기술자에 의해 착공돼 79년 팔레비가 축출당하면서 건설이 중단됐던 것.

핵관리능력이 없는 개도국의 핵개발에 극히 알레르기반응을 보이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결코 반갑지 않은 내용이다. 거기다 이 원자로공사에 핵무기감축의 맞상대인 러시아가 참여하니 여간 불쾌하지 않다. 러시아는 이 공사에 8백만달러(64억원) 계약을 맺고 3천여명의 인력을 파견키로 결정해 놓고 있다.

비록 이 원자로가 발전용이라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것. 더구나 러시아핵관계자가 러시아의 도움을 받으면 핵탄두에 쓸 분량의 플루토늄 생산이 가능하다는 충격적인 보고도 있었다. 또 '세계의 화약고' 중동이다 보니 언제 걷잡을수 없이 악화될지도 모를 일. 국제원자력기구를 탈퇴하고 핵무기 제조로돌아설 여지는 충분히 있다. 또 최근들어 이라크의 전력증강이 국제문제화되고 있는 마당에 아옹다옹하는 이란에 이런 위험한 무기를 쥐어준다는 것은곧 세계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일이다. 이란의 재건설 의도가 밝혀지자 미국은 92년부터 러시아에 이 건설에 참여하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는 터라 그배신감은 더했다.

뉴트 깅리치 미하원의장은 22일 뉴욕타임스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는 것은 참을수 없는 일"이라고 흥분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모든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행정부가 의회에 2억6천9백만달러(2천1백52억원)의 대러시아지원금을 요청해 놓고 있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의리없는' 러시아에게 이 지원금을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이러한 입장은 미행정부의 관리들도 공통된 생각이다. 워런 크리스토퍼 미국무장관도 지난주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심히 우려할 만한 사실"이라는 의회연설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빌 클린턴대통령의 불쾌감도 여간 아니다.

지난해 9월 워싱턴에서 옐친과 정상회담을 가진 클린턴은 올해 상반기중 모스크바를 방문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종전 50주년 기념식이 거행될 5월경러시아를 방문해달라는 옐친의 초청까지 받아놓고도 아직 계획조차 세우지않고 있다.

21일 옐친은 한번 더 초청의 뜻을 보냈다. 올해내 클린턴이 3단계 전략핵무기감축협정 문제(START-3)를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언론에 흘린것. 그러자 마이크 맥커리 백악관대변인은 5월 방문계획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즉각 부인했다.

이같은 클린턴의 외면은 옐친의 유화작전에 대한 '쐐기'였다.〈김중기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