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임시 전대 의미

입력 1995-02-24 00:00:00

민주당이 24일 임시전당대회에서 '이기택총재' 체제를 출범시키고 야권통합을 선언함으로써 새로운 모습을 갖추었다.비록 당지도부는 대표-최고위원에서 총재-부총재로 바뀌었을뿐 종전 진용을그대로 유지하게 됐지만 새한국당과 통일시대국민회의를 끌어들임으로써 외형상으로는 일단 '세불리기'의 효과를 가져왔다.

오는 6월 지방선거 대회전을 앞두고 지금까지 호남지역에만 편중된 지역당색채를 희석시키고 전국정당으로 거듭 태어나겠다는 변신노력에 일부 진전을본 것이다.

이번 통합을 계기로 민주당은 의석을 가능하면 1백석이상으로 불려 제1야당으로서는 지난 85년 구신민당(1백3석) 이후 최대규모의 원내세력을 구축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새로 탄생한 지도체제는 두말할 것없이 당내갈등의 산물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권을 둘러싼 내분을 잠시 덮어둔 한시사령탑에 지나지 않는다. 8월에는 정기전당대회를 개최, 차기당권의 향방을 가리도록 돼있다.민주당은 이번 대회로 지방선거에 대비하기 위한 모양새를 갖추었지만 '이기택호'의 앞날은 여전히 험난하기만 하다.

우선 '태양론'으로 절정에 달했던 당내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휴화산으로 남아있다. 8월 전대를 앞두고 언제 용암을 분출할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이뤄진 지도체제 개편은 지난해말 12.12 노선갈등과 전당대회를 둘러싼 내홍을 일시봉합한 응급처방에 불과하다. 당내 최대계보인 동교동계와이기택계간 갈등의 골은 오히려 전보다 더 깊어지고 있다.민주당은 전당대회 당일인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대의원수 조정을 둘러싸고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름아닌 차기당권이 걸려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대사를 앞두고 벌어진 이런 해프닝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사불란한 당의 단합을 과시하자는 당초 취지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에 임하는 각계파들의 입장도 나름의 손익계산서 만큼이나 천차만별이다.

이대표 진영은 어쨌거나 제1야당 '총재'를 따낸 것을 계기로 일단은 대권가도를 향한 아스팔트 포장을 겨우 이뤘다고 보고 있다. 이 여세를 몰아 8월전대에서 당권을 한번 더 다져 15대 대선까지 몰아가겠다는 심산이다.물론 이대표측은 더이상 동교동계의 엄호를 기대하지 않고 있다. 홀로서기노력을 더욱 강화해 다음번 당권도전은 자력으로 치러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동교동계의 분위기 또한 마찬가지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KT와 '불안한 동거'는 끝났다"는게 전반적인 정서다.

그동안 "이대표외에는 당을 관리할 사람이 없다"는 '대안부재론'도 이제 시효가 6개월만 남았을 뿐이라는 생각들이다. 내외연측이 전당대회를 맞아 영남세력 축소를 겨냥한 대의원수 조정안을 내놓은 것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아직 차기당권 시나리오가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더이상 이대표와의 협력관계는 불가능하며 다음번에는 '대타'를 내세울수 밖에 없다는 심증을 굳혀가고 있다.

또 비주류의 김상현고문이나 김원기최고위원, 정대철고문등도 이번 전당대회를'연장전'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미 당권도전의 출사표를 던진 마당에 결전의 시기가 다소 늦춰졌을 뿐이라는 시각이다.

주요 계파들의 이러한 각개약진은 야권통합으로 새한국당및 국민회의가 영입됨으로써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띨 전망이다. 당관계자들은 "차기당권을 겨냥한 합종연형의 방정식이 보다 난해해졌을 뿐"이라고 표현하고 있다.다만 당개혁의 측면에서 각급 공직후보를 지구당이나 시도지부 중심으로 추천하되 중앙당이 거부권을 행사할수 있는 '상향식' 공천제도를 가미했다는게그런대로 소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비록 총재의 권한이 강화되긴 했지만 '9인9색'이란 비판을 들어온 집단지도체제의 폐해는 여전히 남아 지방선거등을 앞두고 과연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될수 있을수 의문을 갖게한다.

당외시각으로 보더라도 민주당의 앞날은 '산넘어 산'의 형국이다. 코앞에 닥쳐온 지방선거를 계기로 거대단일야당으로 다시 태어나 수권정당으로서 위상을 확립하고자 했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당장 여권이 들고나온 지자제 재검토론을 돌파해야 하는데다 JP 신당 자민련의 출현으로 충청권과 영남권에 대한 세력확장 기도가 벌써부터 중대한 시련을 맞고 있다.

때문에 6월 지방선거를 '민자대 반민자' 구도로 이끌려던 당초 계획은 점차물거품이 되어가고 있다. 당권분규를 가까스로 봉합한 신민당과의 통합이 마지막 남은 촛불이나 언제 꺼져버릴지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이렇게 볼때 민주당은 이번에도 '지역당'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종찬 김근태씨를 끌어들여 물타기를 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호남당의 색깔이 엷어지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비호남권 외부인사영입 또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따라서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의 '섭정' 이미지는 이번에도 불식되기 어려울것으로 보인다. 창업 대주주의 위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게 중론이다.일각에서는 오히려 "친DJ성향의 새한국당및 국민회의 영입으로 김이사장의입김이 더 커지게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당관계자들은 앞으로 당의 진로를 '김심'이 좌우할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정계개편 가능성이 대두되는 불확실성의 시기일수록 그의 영향력은 갈수록맹위를 떨칠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민주호'는 계속 이기택선장에게 조타를 맡겼지만여전히 폭풍우속의 망망대해를 헤쳐나가야 할 입장이다.

다만 최근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지방선거 문제가 정통 제1야당의 투지를 일깨워 선거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계파간 갈등을 잠재우면서 새로운 항해의 초반순항을 보장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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