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화시대 도덕프로는 드물다

입력 1995-02-23 08:00:00

'저는 청소부 아버지를 존경합니다'얼마전 컴퓨터통신 천리안에 올려져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글 제목이다.어느 대학생이 쓴 이 글은 남들이 천직(천직)이라고 말하는 고물상 아버지를 어린 시절 부끄러워했으나 끝내는 존경하게 된 과정과 심경을 담고 있다."국민학교 환경조사 시간에 아버지의 직업란을 쓸 때는 구체적으로 명기하라는 주의사항에도 아랑곳없이 상업이라고 대충 쓰고 얼버무린 기억이 난다. 아버지가 리어카를 끌고 가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남들이 근사하다고 여기는 직업으로 바꾸시기를 얼마나 고대했었는지 모른다"

그는 그러나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세상의 가치 가운데 진정 일해서 땀 흘린 가치가 제일 높고 순결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아버지의 직업을 소중하게 여기게 됐다고 말한다.

자신을 여기까지 키운 것은 자랑스런 아버지이며 청소부라는 직업도 아버지의 일부로서 자신의 가슴에 남아있게 됐다는 '자랑스런' 고백이다. 또 음지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모든 분들을 아버지 다음으로존경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이 글은 '직업에는 분명 귀천이 있다'라는, 이 글보다 먼저 통신에 올려진글 때문에 나온 것이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빛좋은 개살구이며 분명히 귀천이 있다. 가장천하게 여기는 직업 세가지는 청소부(환경미화원) 창녀(매춘부) 기타(노점상, 오물수거원, 기타 저임금노동자)이며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은 상당히불행한 사람이므로 청소년들은 스스로 이런 불행안에 갇히지 않도록 열심히노력하라는 내용의 그 글은 '고마운 충고조'에도 불구하고 읽는 이들에게 심한 항의와 비난을 받았다.

노동부에 따르면 95년 현재 우리나라에는 1만2천45개의 직업이 있다. 직업조사를 처음 시작하던 7년전에 비해 8백40개 늘어난 수치이고 최근 10년새새로 생긴 직업만도 1천5백94개나 된다.

직업을 선택하는 가치관도, 많아진 직업만큼은 아니더라도, 다양해졌다. 지난해 고교생 5백7명을 상대로 직업관을 물어본 결과 83%가 보수보다는 여가를 더 중시한다고 대답했고 선호 직종도 예전의 판·검사 의사 일변도에서컴퓨터 관련직종이나 정보통신산업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전문 직업사회에 요구되는 일과 도덕성의 프로정신은 아직 고도화되지않은 상태다.

도둑도 지킬 규율이 있다고 도척이 '설파'한지 수천년됐는데 공무원들이 국민의 혈세를 '훔쳐'내다 줄줄이 들통난게 지난해 이땅에서 벌어진 일상사였다. 직업인의 자부와 긍지는 커녕 최소한도의 법의식마저 없음을 보여주는증좌가 그러나 이뿐만이 아님은 슬픈 일이다.

직업윤리는 거창하거나 철학적인 문제가 아니다. 앞서 컴퓨터 통신에 올려진 글에서 그 대학생은 아버지가 고물로 나온 물건 중에서 "이것 쓸만한데"하며 쓰라고 갖다준 것들이 많았다고 했다. 또 우연찮게 절도사건이 일어난곳을 지나다 의심을 받아 경찰서에 '잡혀간' 경우가 많았으나 매번 몇시간만에 무혐의로 풀려 나왔다고도 했다.

그 아버지가 보수 높고 편한 직업을 가진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뚜렷한 직업윤리를 갖고 자신의 직업에 충실한 이였음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가 이런직업인으로 넘쳐날 때야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음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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