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침묵떨친 소설가들...

입력 1995-02-22 08:00:00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던 중진.중견작가들이 새로운 장편소설을 발표하거나곧 선보일 움직임을 보여 문단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된다.중진작가 이호철씨는 '문인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옥살이한 체험을 담은장편 '문'을, 중견 이균영씨는 10년 가까운 침묵을 깨고 장편 '노자와 장자의 나라'를 출간했으며, 호영송 김승옥 방영웅씨등은 곧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이른바 '문인간첩단 사건'을 실제 체험에 근거, 정면으로 다룬 이호철씨의'문'(문학세계사 펴냄)은 1974년 시점에서의 한국의 정치현실과 그것을 뒷받치고 있는 당대 한국사회의 이념적 경직성,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 모두를근본 규정하는 분단상황을 깊이 파헤쳐 비판함으로써 민주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문을 열어보려는 시도의 소산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이 실제 이름을 달고 있지는 않지만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유명인들로 그 시절 작가와 고난을 함께한 인물들이다.

문학평론가 정호웅씨는 "침묵하거나 진실을 호도,왜곡하는 세태에 대한 단호한 비판이면서 통일시대를 열어나가는 선구적 지성으로서의 충정에 찬 이 소설은 작가를 좇아 새롭게 열어가고 있는 시대의 소명에 적극적으로 복무할것을 우리에게 요청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지난 84년 이상문학상을 수상, 기대를 모았던 이균영씨(동덕여대 교수)의'노자와…'는 권력과 출세, 사랑과 성취를 위해 날기를 시도하다가 날개를 다친 인물들의 이력과 쓸쓸한 내면세계를 차분하게 그리고 있다. 현실 속에서아둥바둥 살아야 하는 인간사의 덧없음을 고즈넉한 노자와 장자의 세계를 통해 치유해나가는 모습이 아름답게 떠올라 있다.

한편 단편집 '파하의 안개'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호영송씨의 80년대를 배경으로 현실의 폭압성과 이에 대항하는 지식인들의 초상을 그린 신작 장편'내 영혼의 적들'은 이달말 빛을 보게 되며, '무진기행'의 작가 김승옥씨와'분례기'의 작가 방영웅씨의 신작이 오랜만에 선보일 움직임이다.〈신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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