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43)

입력 1995-02-22 00:00:00

대학? 우리나란 그렇죠.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도 생기고 혼인발도 서죠.그러나 꼭 대학을 나와야 할까요? 무슨 직업이든, 자기 직분에 성실한 사람이 대우받는 세상이 되어야지요. 탄광부든 환경미화원이든, 자기 맡은 일에근면하구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기림을 받아야지요. 판검사나 의사나 대학교수와 동격으로. 그런데 이놈의 나라는 돈 많은 사람만이 존경을 받으니 개판이잖아요. 돈이 꼭 나쁜 건 아닙니다. 정직하게 벌어 큰 재산을 일궜다면 그돈을 정말 보람있게 써야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졸부판입니다. 인도의 카스트제보다 더 합니다. 돈만이 영광과 존귀함을 살 수 있고, 그걸 누리는 계층이 더러운 제도로 상존해 있다구요. 그러니 많이 배운다는게 돈을 빨리,많이, 쉽게 버는 방법을 익히는 도구로 전락해버렸죠. 협잡이든 사기든 뇌물이든, 더러운 돈을 챙겨 치부해야 행세를 하는 세상이 오늘의 현실 아닙니까. 공부를 못하면 어때요. 나름대로 자기 인생의 길을 성실하게 살아나가면되잖아요. 서민들의 소박한 희망, 정직한 염원을 짓밟는 사회를 정의사회라할 수 없습니다. 내가 소년쩍, 아버지가 말했다. 여름방학때, 산골 집으로놀러온 동료 선생과 술을 마시며 했던 말이다. 나는 마당에서 삽살이를 어루며 놀았다."미미가 시우 네게 꼬리를 쳐두 너가 넘어가면 안돼. 계집이 사내 맛을 알면암개처럼 꼬리를 쳐. 한강에 물 건너가기니, 이놈 저놈 골라가며 먹어보구싶거던. 어차피 버림 몸 실컷 놀아나구 시집이나 가자는 게지. 세상이 어찌되려는지, 너무 타락해버렸어. 정조가 그야말로 개값이야"

인희엄마가 말한다. 산골 우리집에는 늘 개가 있었다. 새끼가 너무 많을 땐먹이가 달렸다. 아버지는 개를 이웃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 개가 어느해 여름철에 잡아먹힌줄 알지만, 아버지는 공짜로 주었다. 아버지는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 나는 사람보다 개가 좋았다. 개도 나처럼 학교에 가지 않았다.나는 늘 개와 함께 놀았다. 내가 마지막 본 우리집 개는 복실이였다. 복실이를 집에 두고 나는 고물장수를 따라 나섰다. 복실이는 삽살이의 새끼의 새끼, 그 새끼의 새끼였다.

이튿날부터 미미는 흥부식당의 칼국수를 시켜먹지 않는다. 김치나 깍두기도얻어가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미화꽃집으로 간다. 좋은 공기를 마시며, 갖가지 꽃이 보고 싶다. 꽃집 앞을 비질하고, 꽃집 안도 청소해준다. 점심때,중국집 간짜장을 시켜 먹는 미미를 본다. 미미는 늘 내게 친절하다. 미미는군것질이 심하다. 초콜릿 조각을 내게 준다. 요플레통을 주기도 한다. 넌 무슨 재미로 사니, 하고 묻기도 한다.

"너 정말 꽃집에 자주 갈거니? 바보 주제에 심통은 있어갖구…내가 못말려.어쨌든 미미가 널 꼬셔낸다면, 그땐 내 가만 있지 않을테야"인희엄마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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