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발기인대회 발언 요약

입력 1995-02-22 00:00:00

21일 있었던 가칭 '자유민주연합'의 창당발기인대회는 말의 성찬(성찬)장이었다. 김종필씨의 명예준비위원장 격려사나 박준규전국회의장의 준비위원장취임사는 곧바로 현 정부에 대한 강력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내용이었다.행사장을 가득메운 1천5백여명의 발기인들은 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유세장을 방불케 할 만큼 환호와 '김종필'연호를 보냈다.이날 이들 두 사람의 말을 요약해 본다.

*김종필창당비준명예위원장=세계와 역사는 격동하고 있는데 불행하게도 우리정치는 아직도 어제의 숙취(숙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절대권력의 향유에 몰익(몰익)된 채 앞으로의 전진을 마다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정치의비극은 이같은 국가의사 결정이 단 한사람의 권력자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데 있다. 이는 우리정치의 무위, 무력을 표상하는 것이다.

우리정치의 존재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정치가 국정의 중추가 되지못하고 그 외곽에 전락하고 있는 것을 바로 잡아 정치가 국정의 한 복판에서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체제를 바꿔야 한다. 의원내각제를 실시, 의회민주주의를 창달해야 한다. 위로부터의 결정을 감수해야 하는 전체국민과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는 1인의 절대권력자 사이에서 이뤄지는 관계는 근본적으로 민주성을 해칠 위험이 있다.

정의와 신의가 무너진 토양위에서는 참다운 정치발전도 국가발전도 어느것하나 기대할수 없다. 나는 나 자신이 무엇이 되기보다 국가가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할수 있도록 초석을 까는데 마지막 정열을 불태울 것이다.*박준규창당준비위원장=스스로의 정부수립을 건국원년이라고 하는 것은 나르시시즘을 넘어 용서못할 오만이 아닐수 없다.

모든 정책은 장기 계획아래 중론을 모아 일관성있게 추진돼야 한다. 정치적고려에서 경제사회정책이 좌우되면 용납하기 힘들다. 외교와 경제가 정치의도구가 되면 나라는 어디로 갈 것인가. 민주사회는 다원화되는 것인데 이런바탕없이는 어떤 시책도 즉흥적이고 전시적이요 인기영합주의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정부의 실정에서 비롯된 국민적 반대정서는 각 계층과 각 지역에 널리 퍼지고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대변하고 헌정의 틀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도 새로운 정당이 필요한 것이다. 대통령이 새로 나오면 새 당이 만들어지고 거기에 따라 군소정당들이 이합집산을 거듭했기 때문에 쓸만한 당명이 없을 정도다.

우리의 대통령중심제는 한국적인 정치문화와 정당제도 아래서 국민생활이 오직 한 사람만이 의지에 따라 좌우되는 숨막히고 답답한 무소불위(무소불위)의 체제로 변형됐다. 내각제가 우리실정에 맞지 않다는 미신과 고정관념을과감히 타파하자.

대권욕에 따라 수시로 이합집산하는 식의 사당이나 오로지 상명하복만이 용허되는 일사불란한 정치집단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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