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이즈 첫 배상 소송

입력 1995-02-21 12:07:00

유럽의 어느 국가보다도 어린이 에이즈환자가 많아 골머리를 앓는 루마니아에서 최초로 국가를 상대로 에이즈감염에 대한 배상청구소송이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특히 루마니아법은 개인이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을 금지하는데도 불구하고제기된데다 수많은 에이즈감염어린이의 부모들이 이번 소송제기를 계기로 점차 자신들의 권익에 대한 의식변화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루마니아방송기자인 비올레타 칼린시우치(28·여)는 20일 자신의 6살난 딸이아스미나 칼린시우치양이 부모들이 건강함에도 불구하고 에이즈에 감염된사실을 알리고 법원에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지난 92년 루마니아 북동부도시인 이아시시의 국영 성 마리병원에서 주사를맞을 때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아스미나양은 나이에 비해 키가작고 식욕이 떨어지는등 에이즈증세를 보여 감염을 우려하는 이웃들과 친구들로부터 소외된 생활을 해왔던 것이다.

3백50만레이(1억5천2백만원, 19만달러상당)의 보상청구를 한 이번 소송은 전통적으로 자식들의 에이즈감염사실을 숨기고 부끄러워하는 부모들과 함께 자신들의 권리행사에 소심한 국민들에게 적지않는 반응을 불러일으켜 재판결과에 따라 엄청난 사회적 파문이 예상된다.

지난89년 붕괴된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전공산당정부지배하에서는 에이즈에 대한 정부정책이 부재했는데다 영양실조어린이들에게 피를 수혈해 몸무게를 늘리도록 하는등 무분별한 수혈과 주사로 에이즈감염어린이가 늘어현재 1천8백여명의 어린이가 에이즈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게다가 손해배상재판을 청구할 경우에도 총청구금액의 10%에 해당되는 세금을 재판시작전에 납부해야만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개인의 재판이 거의 불가능해 환자부모들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다행히 이아스미나양의 경우 무료변호사를 구할 수 있었는데다 미리 내야하는 소송가액의 10%인 세금납부가 연기돼 소송이 가능해진 것이다."우리 아이는 제도가 낳은 희생물이며 이번 소송은 내 아이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모든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어머니 비올레타씨의 바람이 실현될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정인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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