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가출 비관...끔찍한 범행

입력 1995-02-21 08:00:00

대구 수성구 황금2동 3남매실종사건은 3남매의 친아버지인 김광년씨(38.대구시 수성구 황금2동 708의12)가 가정불화끝에 자식들을 살해, 암매장한 극단적인 패륜범죄로 밝혀졌다.대구수성경찰서는 21일 김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유기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범행에 사용한 칼, 삽과 대구3마4995호 르망승용차를 증거물로 압수했다.

김씨는 지난달 30일 오후3시30분쯤 혜정(12), 미화(10)양, 승일군(8)등 3남매를 경북 경산시 백천동 속칭 뱀사골 공동묘지 정상에서 손으로 목조른 뒤칼로 찔러 살해하고 사체를 부근 구덩이에 암매장했다는 것.경찰은 21일 오전10시쯤 범행장소인 공동묘지부근서 흙과 낙엽등으로 덮여매장된 3남매 사체를 찾아냈다.

**범행

김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부부싸움후 아내 김모씨(32)가 가출한뒤 3일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가정파탄을 비관, 30일 오후1시30분쯤 과도를 준비해3남매를 데리고 범행장소로 데리고가 살해했다.

김씨는 지난달26일 아내의 불륜을 미끼로 아내에게 현금5천만원을 요구하며부부싸움을 벌여 1천만원을 받기로 각서를 받았으나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내가 각서를 가지고 가출했다는 것.

지난달 29일 오후4시30분쯤 아내가 전화를 걸어 집에 귀가하지 않겠다고 하고 설전날인 30일까지도 연락이 없자 김씨는 이날 오후1시30분쯤 집에 있던길이 20㎝의 과도를 준비해 "엄마를 찾으러 가자"며 3남매를 데리고 가 범행장소에서 한명씩 차례로 불러 목을 조른뒤 칼로 찔러 살해했다.김씨는 1차로 범행장소에 갔다가 그대로 내려와 수성구 신매동 장모집에 갔으나 문이 닫혀있어 다시 차를 돌려 아이들에게 "뱀사골에서 나무를 캐자"며부근철물점에서 삽을 구입, 뱀사골 공동묘지로 올라가 살인을 저질렀다.**범행동기

문경전화국에서 기능직 6급으로 근무하던 김씨는 81년 결혼후 고부갈등으로부부싸움이 잦았으며 지난해 9월 대구로 이사온 후에도 아내의 외도로 가정이 파탄지경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아내가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가출한 적이 있고 지난달 27일 가출후에도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가정파탄을 비관해 3남매 살해의 뜻을 굳혔다고 경찰조사에서 말했다.

김씨는 아내가 집을 나간후 돌아오지 않자 "아이들 얼굴이 아내 모습처럼 보여 괴로웠다"고 말했다.

**수사과정

경찰은 지난1일 실종신고를 받은 후 유괴나 가출의 가능성이 전혀 없어 가족에게 용의점을 두고 수사를 벌여오다 지난 8일과 9일 거짓말탐지기조사에서김씨가 양성반응을 보여 집중추궁해왔다.

김씨는 계속된 경찰조사에서도 범행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며 3남매실종의 원인을 아내에게 떠넘겨왔다.

김씨는 경찰이 3남매 실종후 김씨의 행적이 전혀 밝혀지지 않는데다 1월27일이후에도 3남매가 집부근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는 목격자가 있어 이를토대로 집중추궁한 결과 범행일체를 자백받았다.〈사회1부〉**전문가 진단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3남매 실종 살해 사건의 범인이 아버지라는 소식을 접한 각계 전문가들은 충격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지난해 박한상군 사건에 이어 끝까지 지켜야 할 부모와 자식간의 윤리 마저 실종된 우리 사회의어두운 단면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이창기교수(영남대.사회학)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인간으로서 가장본능적인 감정인데, 어떻게 이같은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말했다. 이교수는 "물질 만능 풍조 만연 등 급격한 사회 변화가 가족 관계에까지 악영향을 끼쳐 가정이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하고 "이번일을 계기로 가장과 주부, 자녀들이 힘을 합쳐 붕괴돼가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병조교수(경북대.정신과)는 "바람을 피우는 부인에 대한 미움이 자식에게옮겨 갔든지 아니면 세상을 비관, 자식과 동반 자살을 기도했든지 간에 자식을 하나의 고유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목숨을 마음대로 했다는 것은 잘못된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인 치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만 대부분은 건강한 이성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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