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인종차별국 오명 벗었다

입력 1995-02-20 12:10:00

인종차별국이라는 오명의 꼬리를 달고 국제사회의 맹비난을 받아온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지난 25년간 받아오던 유엔인권위원회의 감시 눈초리로부터 드디어 해방됐다.지난해 넬슨 만델라정부가 출범하면서 인권상황이 호전되자 유엔인권위원회는 지난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회원국 53개국의 만장일치로 남아공에 대한인권감시를 철회키로 결정한 것. 그러나 남아공과 함께 대표적인 인권침해국이었던 이스라엘은 여전히 감시를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남아공인권감시 수석대표인 리안 엑스틴은 이날 "인권위원회는 17일로 역사의 한장을 덮게 된다"고 말하고 "이 역사의 장은 남아공이나 인권위원회가영원히 다시는 열어 보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아공은 지난 67년부터 유엔인권위원회의 특별감시국으로 지목돼 매년 6주간의 회의에서 안건에 오르지 않았던 적이 없었으며 회의시간중 가장 많은토의시간을 거친 대표적인 인권침해국.

그러나 지난해 4월 인종을 초월한 최초의 총선을 실시, 넬슨 만델라가 이끄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에 '작별'을 고하게 됐다.

만델라 대통령이 취임후 모든 정책에서 인종차별은 사라졌지만 오랫동안 이어져온 습관적인 아파르트헤이트의 잔상은 아직 남아있다. 유엔의 남아공 인권감시가 해제되던 이날에도 백인학교의 시설사용문제를 두고 흑인들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으며 백인들은 자체경비를 강화하는 '흑백'의 갈등이 발생했다. 인종대결은 영원한 '인류의 숙제'라는 말처럼 인권감시는 '졸업'했지만남아공은 여전히 그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한편 그동안 남아공등 몇몇 나라의 집중적인 인권감시로 아랍권과 아프리카국가가 유엔 감시의 눈을 피할수 있었으나 남아공의 '졸업'으로 이들에게 쏠리는 눈초리가 더욱 매서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들어 조금씩 나타나 이란과 이라크,자이르,수단등지에대한 인권감시활동이 부쩍 증가했다.

수백년에 걸친 인종차별을 종식시킨 넬슨 만델라의 남아공. 이번 유엔인권감시대상국 해제가 옛 '아프리카의 별'의 명성을 되찾아 줄것인가는 남아공의몫이라 치더라도 인종차별정책이 통용되던 마지막 국가를 없앤 점에 인류는하나의 '숙제'는 해결한 셈이다. 〈김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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