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관광경주

입력 1995-02-16 00:00:00

지난해 경주에서 겪었던 일이다. 우연히 마주친 일단의 일본인 남녀대학생들이 자전거빌려주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왔다. 경주에는 자주 가는 편이지만그런곳까지는 알 수 없기에 지나가는 경주사람 몇명에게 물어보니 잘 모르겠다는 대답 뿐이었다. 그랬더니 한 학생이 관광안내 책자를 내보였다. 일본에서 발행된 경주관광 안내책자인데 거기에는 자전거 대여점의 약도가 나와 있었다. 그들을 앞세우고 약도대로 찾아 갔더니 정말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이있었다. 일본학생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경주의 사적지를 답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그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우리 학생들은 경주에 야유회나 소풍이 아닌 우리의 역사인 신라천년의 문화유적을 답사하러 얼마나 올 것인지, 또 온다 하더라도 일본학생들처럼 학생답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건실한 답사를 할 것인지, 우리나라에서 출판된경주에 관한 안내서나 지도에 자전거 대여점까지 나와 있을 것인지, 경주의관광 진흥을 모색하고 있는 행정당국이나 시민들은 과연 이런 데까지 신경을쓰고 있을 것인지, 해가 갈수록 고도경주가 유원지화해 가는 듯한 기분이 들고 역사의 현장으로서, 문화유적지로서의 경주를 찾는 관광객 보다는 유원지로서의 경주를 찾는 놀이객들이 휠씬 더 많아지고 있는 현 세태가 안타깝다.우리의 젊은이들이 배낭을 등에 메고 도보로 또는 자전거로 유적지를 답사하며 공부하는 진지한 모습을 자주 보게 될때 고도경주의 역사는 더욱 빛이 나지 않을까 싶다.〈효성산부인과 원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