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36)

입력 1995-02-14 00:00:00

나는 걷고 또 걸었다. 차츰 몸이 후끈후끈하다. 온주 시내가 저만큼 보인다.시내로 들어선다. 얼굴과 목에 땀이 흐른다. 온주시 중심부에 유흥가가 있다. 높은 건물이 많은 곳이다. 사람도 가장 많이 꾄다. 흥부식당은 그 뒷골목에 있다. 미화꽃집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나는 식당 문을 연다. 주방에서 인희엄마가 그릇을 씻고 있다. 식당 안엔 손님이 없다. 아침 손님이 대충 끝난 모양이다."시우왔구나"

인희엄마가 반긴다. 인희야, 아저씨 왔어, 하고 인희엄마가 말한다. 안방 문이 열린다. 인희가 달려 나온다. 인희는 노란 베레모를 쓰고 있다. 유치원가방까지 메고 있다.

"시우오빠 왔어? 그동안 어디 갔었지? 나 오빠 얼마나 보고 싶었다구.""잰 아저씨라해두 늘 오빠야."

인희엄마가 말한다. 인희가 달려와 내게 안긴다 나는 아이들을 좋아한다. 나는 인희를 안아준다.

"버스 타구왔니?"

인희엄마가 묻는다.

"걸어서 왔어요."

"네 차비줬는데?"

"그냥 걸었어요."

"밥 안먹었겠구나. 여기 난로 쪽에 앉아. 내 얼른 국밥 한 그릇 말아주마."나는 중간쯤 의자에 앉는다. 내복이 땀으로 젖었다. 인희가 어디 갔다왔냐고거듭 붇는다. 나는 경찰서라고 대답해준다.

"그럼 오빠 도둑이야?"

나는 머리를 흔든다. 바깥에서 크랙션 소리가 들린다. 유치원차 왔다, 하고인희엄마가 인희에게 말한다.

"내 유치원 갔다 올께. 오빠 또 어디가지 마."

인희가 손을 흔든다. 인희엄마가 해장국을 내온다. 나는 깍두기를 뚝배기에붓는다. 금새 뚝배기 그릇을 비워낸다.

"너가 곧 나올줄 알고 내가 사람을 안썼지. 내일쯤 너 있는데 가보려 했다"인희엄마가 말한다. 밥을 먹고나자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할는지 모른다. 전에는 이때쯤 식당바닥을 비질했다. 나는 바닥 비질했다. 나는 바닥 청소를마친다. 골목길도 비질을 한다. 꽃집 앞을 쓸 때, 군화처럼 생긴 목 긴 초컬릿색 워커형 구두가 빗자루 앞에 멎는다. 내가 허리를 세우니, 미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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