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35)

입력 1995-02-13 00:00:00

나는 순옥이를 침대에 눕힌다. 이불을 덮어준다. 창밖을 본다. 막막한 어둠이다. 먼 불빛이 보인다. 눈이 차츰 그치고 있다. 하늘하늘 내리는 눈이 유리창에 빨려든다. 창에서 금새 녹아 물이 된다. 맺힌 물방울이 눈물같다. 어린 순옥이는 잘 울었다. 자살해버린 장애자 오빠를 생각하며 울었다. 손님과긴 밤을 나가지 않겠다고도 울었다. -감동이나 자극을 받으면 누호(누호)에모인 물이 누선을 통해 흘러내리지. 약간 알카리성의 투명한 그 물을, 사람들은 가장 순수하고 아름답다고 말해. 왜냐하면 눈물이란 이물질의 침투로각막의 보호를 위한 소독이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 그런 마음을 가졌을 때만나오거던. 노인보다 젊은이의 양이 많고, 남자보다 여자가 양이 많아. 그 이치도 순수함의 함량과 관계가 있지. 아버지가 한 말이었다. 옆집 풍구할멈이죽었을때 그 자식들이 슬피 울었다.나는 침대 아래 모로 눕는다. 팔 베개를 벤다. 방바닥이 따뜻하다. 새우처럼웅크리고 잠에 든다. 나는 좀체 꿈을 꾸지 않는다.

무슨 소리에 나는 눈을 뜬다. 창 밖으로 먼동이 터오고 있다. 나는 베개를베고있다. 화장실에서 세수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일어나 앉는다."시우씨, 어젯밤에 우리 별일 없었죠"

노경주가 화장실에서 나온다. 스웨터 차림이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다. 안경을 이마 위에 걸치고 있다. 표정이 밝다.

"예"

"보호해줘서 고마워요. 그럼 나갑시다. 눈도 그쳤구, 난 출근길이 바쁘니깐. 차도 끌고 가야하구"

노경주가 체크무늬 윗도리를 걸친다. 목도리를 두른다. 핸드백을 어깨에 맨다. 우리는 이층을 내려온다. 노경주가 방값을 지불한다.

"기분이 묘하네요. 누가 봤담 우리의 순수함을 인정하겠어요? 억울할 것까진 없지만"

현관을 나서며 노경주가 말한다. 우리는 삼거리목으로 걷는다. 버스 정류장앞에 멈춰선다. 그녀가 핸드백을 연다. 지폐 석장을 내게 준다. 내가 받지않자, 주머니에 찔러준다.

"여기선 모든 버스가 온주로 가니깐 한번 들릴께요. 바빠서, 그럼 안녕"노경주가 길을 건넌다. 다져진 눈이 미끄럽다. 차들이 빙판 길을 엉금엉금가고온다. 체인을 감은 버스가 온다. 만원버스다. 나는 타지 않는다. 길 건너에 선 노경주를 본다. 키 작은 그녀가 손을 흔든다. 길 건너쪽에 버스가선다. 그 버스가 떠난다. 노경주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걷기 시작한다. 비닐하우스 너머로 아침해가 솟아오른다. 맑은 하늘에 해무리가 붉게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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