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푸른나무-제2장 사랑은, 주는 기쁨

입력 1995-02-11 08:00:00

-시우오빠는 불쌍해요. 값싼 동정인지는 모르지만. 오빠가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었지요. 고등학교를 겨우 마치고 여러 군데 이력서를 냈어요. 어디 한군데 채용해 주는 직장이 없었어요. 그러다…열아홉에 이런 직업에 나선 것두 따지고 보면… 괴로움없이 사는 인생이 어디 나뿐이겠어요. 오빠, 내가안아줄게요. 추운데서 떨고 자다니. 순옥이가 말했다. 나를 따뜻이 품어주었다. 내 찬 손을 끌었다. 가슴을 열어 내 손을 데워주었다. 동그맣게 솟은 젖이 따뜻했다. 앵두같은 젖꼭지가 만져졌다. 아는 시해를 생각했다. 시해가어디 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시해가 보고 싶었다. 순옥이가 내 옷을 벗겼다. 그날 새벽, 나는 난생 처음으로 그 짓을 했다. 그녀가 내위에 있을 때,나는 마주보는 그 눈을 보았다. 뿌윰한 빛 속에, 순옥이는 눈이 젖어 있었다. 그녀가 눈을 감자 눈물이 내 뺨에 떨어졌다. 밖으로 나와 우리는 해장국을 먹었다. 순옥이와 헤어졌다. 나는 업소로 돌아갔다. 불곰형이 화가 나있었다. 그는 허락없이 외박을 했다고 내게 호통을 쳤다. 벌을 내렸다. 조직의규율을 어길 때 내리는 벌이었다. 불곰형이 담뱃불로 내 허벅지를 지졌다. -키유, 너가 교육을 잘못 시켰어. 너도 한 대 먹여. 기요도 담뱃불로 내 허벅지를 지졌다. 식구들은 내게 외박 이유를 묻지 않았다. 물었다면 나는 순옥이의 업소 이름, 예리를 말했을 거였다."누구와? 어땠어요?"

다시 술잔을 비우고, 노경주가 묻는다. 그녀가 웃는다. 쓸쓸한 미소다. 나도그냥 웃는다. 설명이 어렵다. 순옥이가 보고 싶다. 아직도 그 업소에 있는지모르겠다. 우리는 말이 없다. 노경주가 소주 한 병을 비운다."우리 그냥 자요. 시우씨에게 그 어떤 질문두, 다 쓸데 없는 짓이니깐…"노경주가 쓰러진다. 그녀가 훌쩍이며 운다. 술에 취하면 여자들은 잘 운다.인희엄마는 술을 잘 마시지 않았다. 손님이 술을 권하면 꼬리를 뺐다. 마시는 척만 했다. 인희엄마가 우는 것을 나는 보지 못했다. 노경주가 안경을 벗는다. 안경을 깰 것 같다. 나는 안경을 멀찌감치 치운다. 노경주는 눈을 감고 있다. 모로 누운 자세를 바로한다. 다리를 쩍 벌린다? 윗도리 안, 검정쉐터의 가슴이 봉긋하다.

"나는 지쳤어. 끝내 종성까지 밀려 와버렸지. 그러나 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영원히… 시우씨, 당신들을 위해 싸울테야. 80년대, 그 뜨겁던시대… 이제 모두가 떠났지만, 난 안 그래. 난 아직 할 일이 남았어. 많은일감이… 이 일은 혁명도, 위대한 운동도 아니야. 끝없는, 정말 끝없는 헌신일 뿐이야…"

노경주가 횡설수설 지껄인다. 혀가 굳은 주정이다. 그 겨울 밤, 순옥이도 그랬다. 노경주의 숨소리가 낮아진다. 나는 그녀를 안아 든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