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트는 남북물자교류

입력 1995-02-07 00:00:00

남북관계의 물꼬가 서서히 트이고 있다. 국제민간자선단체인 국제선명회가북한에 20~30만t의 양곡을 기증하고 북한측은 그 보답으로 생수.목재.광물등을 남한에 보내는 민간차원의 대규모 남북물자교류가 추진되고 있다.종전같으면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남한의 양곡제공 제의를 "우리도 상응하는 물자를 대신 주겠다"는 조건을 내세워 선뜻 받아들인 것을 보면 북한의 위신을 깎지 않고 적절한 체면을 세워주기만 하면 남북대화는 물론 경수로의 노형문제를 비롯한 잡다한 대북문제도 쉽게 풀릴 수 있다는 추측을가능케 한다. 특히 이번 국제선명회가 민간창구를 통해 조심스럽게 접근하자북한측은 정무원 부총리급 인사인 이성록.김봉익을 내세워 협의케 한 것은곧 등장할 김정일정권의 실용주의적 정책을 예고하는 것 같아 앞으로의 남북관계 전망은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것 같다.중국 북경 장성반점에서 이뤄진 국제선명회와 북한간의 합의는 4개항으로 되어 있다. *국제선명회는 빠른 시일내 20~30만t의 쌀.밀가루.옥수수가루등 양곡을 북한에 기증한다. *기증곡물은 무상이며 경우에 따라 5년후 상환할 수있다. *기증곡물의 납입시기.수송문제등 실무절차는 쌍방대표들이 95년초 중국 혼춘시에서 합의한다. △서명기념 첫 사업으로 중국산 옥수수 5백t을 1월중 북한에 보낸다는 것등이다.

남북대화는 물론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체육문화축전에 이산가족을 참가시키기 위한 회담 제의를 거부해온 북한이 양곡지원 제의에는 실용주의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은 국제선명회측의 세심한 배려도 있었지만 지금의 북한사정이심각함을 무언으로 말해주고 있다.

국제선명회측과 무려 10시간 동안의 마라톤회의를 하면서 북측대표들은 지난10년동안 흉년이 들어 북한 주민들은 하루 두끼의 생계도 어렵다고 털어놨으며 유엔에서도 북한이 필요로 하는 양곡량은 1백50만t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인데도 북한은 '무상기증'을 하겠다는 국제선명회측의 배려를 마다하고 5년상환의 대여 계약서에 서명한걸 보면 체제유지를 위한 대외적 체면지키기에 얼마나 골몰하고 있는지를 쉽게 알수 있다. 국제선명회를 통해 우리가 제공할 양곡을 돈으로 환산하면 5백억원에 달한다. 이번사업은 남북간에 정치적인 의미가 배제된 순수 동포애 차원에 이뤄진 것이어서 돈으로는 따질수 없는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소원해 있는 남북관계를 서로 통할수 있도록 하는 촉매일수 있으며 막힌 물길을여는 물꼬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해답은 분명해 졌다. 북측의 체면을고려치 않는 정부주도형 대북정책은 수정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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