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사회-상도의 실추

입력 1995-02-06 08:00:00

공원이나 유원지같이 사람이 많이 몰린곳에 가면 거의 예외없이 물건값이 올라 있다. 10~20%정도 비싼게 아니고 거의 곱절이상 받으려는 상행위는 분명잘못된것인데도 아직까지 우리주변에서는 어렵잖게 눈에 띈다.세계적 전시회인 대전엑스포가 열리는 날,우리국민은 중진국에서 이같은 큰행사를 개최하기는 처음이라며 가슴 설레었다. 그런데 엑스포 출입구앞에 형성된 상가에서조차 가격체계가 엉망이었다. 시중에서 9백원이면 살 수 있는음료수를 한병에 2천원달라고한다.'너무하지 않느냐 고 항의하면 이리저리눈치를 살피다 1천5백원에 가져가라고한다.국제적인 전시회 앞마당의 실정이 이정도면 다른 곳에서의 상행위는 불문가지다. 얄팍한 이익을 추구하기위해 '양심'조차 팔아버리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중저가품 안경테는 한국산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있다. 그러나 수출통관시상대국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는 반드시 포장을 뜯어보고 물건을 확인하는바람에 통관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내용물에 불량품이 많기 때문이다. 안경조합에서 "이제는 불량품이 없다"고 수차례 호소해도 상대국의 이러한 관행은 아직까지 없어지지 않고있다. 한번 실추된 '상도의'를 회복하기란 이렇게 힘든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웬만한 물건은 사기전에 일단 가격부터 깎으려고 달려든다.깎지않으면 뭔가 속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에누리는 생활화돼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데 흥정을 해놓고도 물건을 사고나면 뭔가 찜찜하다.역시 '당했다' '바가지 썼다'는 생각을 떨쳐버릴수가 없다. 그 물건의 가치가 어느정도인지 알수없기 때문이다.

사고 파는 행위에도 이렇게 질서가 없다. 가격을 제멋대로 형성하는 것은 엄연한 범법행위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있다.

선진국은 대체로 이익에 대해 나름대로 적정선을 그어놓고있다. 보통 15%수준인데 이를 어기면 법적인 제재는 물론 소비자들로부터 호되게 질책을 당해그날로 문을 닫아야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처럼 산지에서 한포기 50원하는 배추가 도심시장에서 1천원이상에 팔리는 '기현상'이 발생하지않는다.상도의를 바로 잡으려면 정부부터 발벗고 나서야한다. 우선 가격체계부터 일원화해야한다. 우리는 소비자권장가격,적정가격, 시중가격,행정당국에서 관리하는 관리가격등 그야말로 가격천국이다. 이 엿가락 가격'을 통일해야한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약값이 약국마다 다른 형편이다보니 의료수가,변론비등 '서비스 가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상당수 상품은 아예 가격조차 표기하지않고있다.

상도의가 얼마나 실추됐으면 물건을 만드는 기업조차 물건의 가격을 얼마로해야할지 선뜻 결정을 못하고있다. 정부눈치,소비자눈치를 살피며 '눈치가격'을 형성해야하는게 현실이다. 그래서 기업은 물건의 정확한 생산원가를 소비자에게 제시해야한다. 상도의는 기업의 노력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또 소비자는 권리를 정확하게 주장해야한다. 가격으로 장난을 치는 기업은일단 '기업정신'이 썩은 기업이다. 소비자들은 가격과 품질을 감시할 권리가있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감시기능이 바로 상도의 형성의 지름길이다.〈尹柱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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