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23)

입력 1995-01-27 08:00:00

몇며칠이 지났다. 아침밥 먹고, 복도청소하고 난뒤다. 하마가 나를 사무실로 데려간다. 인희엄마가 와있다. 나를 보자 활짝 웃는다. 화장이 짙다."시우야, 고생 많지? 경찰서로 가니 네가 여기 있다더구나. 너는 별 혐의가없나봐. 걔들 둘은 신문에 기사가 났어. 누굴 찔러 중상을 입혔나봐. 너야착한 청년이니 그럴 리가 없지. 내가 네 내복 사왔어. 이 겨울에 얼마나 춥겠니"인희엄마가 포장한 상자를 내민다. 기요와 짱구는 어찌 됐어요 하고 묻고 싶은데 목이 메인다. 인희도 보고 싶다. 미미는 잘 있는지 모르겠다. 시우 너그동안 어디 갔다 왔니 하며 미미가 반길 것이다.

"시우 너 여기서 나오게 될 거야. 내가 너 보증을 섰어. 나오면 꼭 식당으로 찾아와. 인희가 너 보고싶대. 온주시 명동, 우리식당 찾아올수 있지? 내가 직원한테 차비 맡기구 가마"

나는 머리를 끄덕인다. 차비가 없어도 나는 걸어갈수 있다. 밤길에 코스모스를 따라 거기까지 간 적이 있었다.

"미스 노라 했나요. 그동안 우리 시우 잘 보살펴줘요. 사실 젠 여기서 보호할 정도의 백치는 아니예요. 시키는 일은 고분고분 잘 한답니다. 마음씨도착하구. 우리식당엔 시우가 필요해요"

인희엄마가 노경주에게 말한다. 노경주는 자리에 앉아 있다. 무슨 서류인가만들다 고개를 돌린다.

"시우씨를 우리가 임시직으로 채용할수도 있어요. 경찰서에서 석방통지서가오면. 아주머니 말처럼 시우씨가 여기서 할수 있는 일도 많아요""엇쭈, 미스 노가 원장이오? 채용 가부를 결정하게. 임시직을 바보들로 채워 통솔이 될것 같아요?"

한종씨가 라디오를 듣다 참견한다. 흘러간 유행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저 좀 잠시 뵈올까요"

인희엄마가 한종씨에게 말한다. 한종씨가 인희엄마를 따라 나간다. 노경주가곱지않은 눈길을 그쪽에 보낸다.

"보호자들이 오면 돈이나 받아 챙기구"

노경주가 혼잣말을 쫑알거린다. 그녀가 그들이 나간쪽에 대고 외친다."아주머니, 가실 때 저 잠시 보구 가세요"

하마가 내게 방으로 가자고 말한다. 나는 내복 상자를 들고 그를 따라 나선다. 창밖은 햇살이 맑다. 환한 바깥을 내다보기도 오랜만이다. 버드나무가빈 가지를 늘이고 있다. 아우라지강가에 버드나무가 많았다. 겨울이면 얼음언 강에서 썰매를 탔다. 송판 아래 철사를 댄 판자때기 썰매였다. 나는 늘다른 애들의 등을 밀어주었다. 내가 타는 것보다 그렇게 밀어주는게 즐거웠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