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김우녕(효성여대교수.정치학)

입력 1995-01-27 08:00:00

*국민의식과 정당개혁 방향*한국의 정당사를 살펴볼때 총선을 전후해서 대체로 2~3개의 신당이 생겼다가소멸하는 정당의 무상함을 보여왔다. 그런데 새해초부터 겪고 있는 정치권의진통 역시 총선과 함께 되풀이되는 정당의 이합집산이 아닌가하는 점에서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정치권은 지금 WTO의 무한경쟁체제와 국토통일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힘을 결집할 시점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현실은 다수 국민과 정치인 사이에 정치의식이 상호 유리되어 움직이고 있다.정당이 정권획득도 그 목적의 하나라면 다수 국민들의 정치감각을 수용하지않는 정치인이나 정당은 그 뿌리가 허약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중산층의식의 실태*

전통적인 교육열에 따라서 국민들은 정부수립후부터 자녀들의 교육에 혼신의힘을 쏟았고 그 결과 교육을 받은 세대들에 의해 민주화 세력들이 형성되어이들이 한때 4.19혁명을 주도하기도 하였다. 또 한편에선 60년대 경제개발과 함께 효율성을 바탕으로 하는 근대화세력들도 대두되었다.신진세력을 주축으로 하는 민주화세대와 기성세대를 주축으로 하는 보수적인근대화 세대의 양세력이 현재 국민의 60%를 육박할 정도의 두터운 중산층을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문제는 과거 불균형 산업정책과 중앙집권적 정국운영등으로 중앙과지방, 지방과 지방의 일체성이 흩어진 가운데 지방으로 갈수록 지역정서와특정인에 대한 선호도까지 작용하고 있어 한국의 중산층은 다양한 정치의식을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정국은 다수를 점하고 있는 이와같은 중산층의식의 실태를 살피지 않고는 어떤 정치인이나 정당도 권력을 획득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가부장적 정치행태에 매달려 객관적 합리적 정세분석이나 대안마련이 미흡하여 지금까지 정치력의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정당의 정치문화*

정당의 정치적 후진성의 원인이 되는 가부장적 정치문화는 전통적인 대가족제도의 산물로 평가된다.

조선조에 4세대를 한 가족집단으로 삼았던 대가족제도 하에서는 어떤 개인도대가족집단의 족장에 귀속되어 가부장적 권위를 추종하지 않고서는 생존할수 없었다. 이와같은 집단에 대한 귀속주의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생존과 특혜의 갈림길에 서 있던 정치권에 맥맥히 전래되어 왔다. 그러나 민주화와 함께 가부장적 정치문화는 국민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그런데 정당은 아직도 가부장권에 대한 귀속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전근대적정치행태를 종종 표출하고 있다.

*양대정당제와 다당제*

정당의 개혁방향은 우리사회에 다수를 점하고 있는 중산층의 다양한 정치의식을 통합하고 계파의식을 개편하는 정당의 육성문제가 시급하다.그러나 현정국은 민주화세력과 근대화세력 뿐만 아니라 지방으로 갈수록 지역정서나 특정인에 대한 가부장적 귀속주의가 세를 유지하고 있어 계파연합이 아니면 정치계는 안정된 과반수 의석도 확보할 수 없는 실정이다.더욱이 개혁세력이 전근대적 가신그룹의 울타리 속에 있다면 정당의 개혁은더욱 어렵지 않은가.

이 시점에서 비록 속도가 느리지만 개혁보다는 개량주의적 입장의 양대 정당제가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지연이나 인맥을 중심으로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는 다당제의 풍토로 정국은 돌아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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