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국기서 영국잔재 지우자

입력 1995-01-27 00:00:00

지난 26일은 호주시드니항에 영국 이주민들이 첫발을 내디딘지 2백7주년이되는 날. 호주의 건국기념일인 셈이다. 헌법을 제정하면서 독립국가 형태를갖춘것은 휠씬 뒤인 1901년. 그러나 여전히 호주의 주인은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이며, 단지 왕권을 총리가 대행하고 있을 뿐이다. 이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는것이 국기. 호주국기는 영국의 국기인'유니언 잭'에다6개의 남십자성을 박은것을 사용하고 있다.백호주의를 부르짖던 호주가 최근들어 그 문호를 개방하는것과 동시에 국기의 자존심 문제를 들고 나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니언 잭을 국기에서 지우고 남십자성만으로 된 국기를 공식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는 호주에서 2천㎞나 떨어진 영국 국왕이 법적인 주인이 되는것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것으로 풀이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기념일인 이날 시드니의 모닝 헤럴드지는 '국기에서 유니언 잭을 지우는것을찬성하느냐'는등 몇개의 문항으로된 설문조사 결과를 게재, 또다시 국기논쟁에 불을 붙였다. 결과는 지금까지의 설문조사에서는 번번이 그대로 사용하자는 쪽이 반수를 넘는등 강세를 보인것에 비해 올해는 처음으로 유니언 잭을삭제하자는 쪽이 50%를 차지해 앞으로 국기논쟁은 더욱 치열해 질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신문은 호주헌법제정 1백년을 맞는 2000년에 개최되는 시드니 올림픽에서 주최국의 국기에 유니언 잭이 여전히 남아 있는 국기가 나부끼는 것을 호주국민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분석해 호주의새 국기탄생은 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니언 잭은 지난해 집권 노동당이 당기에서 이를 삭제, 파란을 불러일으켰는데 이후 삭제분위기는 더욱 열기를 뿜게 됐으며 당시만해도 '위험한 도박'으로 간주됐던 것.

이 설문은 또 ' 입헌군주제를 공화제로 바꾸는데도 찬성하느냐'라는 질문을던져 찬성 52%의 결과를 얻어 호주국민들은 직접 대통령을 선출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현재의 폴 키팅총리는 올림픽이 열리기전까지 공화제로 전환하려는 추진운동을 벌이고 있어 새국기 선택은 다만 시간문제라는게이곳 관계자들의 견해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아시아지역에서 온 이민자들의 지지층이 두터워지면서 더욱표면화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한가지 이채로운 점은 새 국기제정은 대부분 압박민족의 독립에 따른 정치적 경제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호주의경우는 정신적이라는데 있어 더욱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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