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디 오나, 뭐 X묵을라꼬 X을 앞세우고 오노…"칠곡군 왜관의 보신탕집천안식당 대문간을 들어서는 단골들의 귓전에 늘상 새삼스럽기만 했던 보신탕맛보다도 더 구수한 주인 할머니의 육담.'왜관 욕쟁이할매'로 통하는 이복순할머니(74)의 거침없는 육두문자는 고유의 보신탕맛과 어우러져 천안식당의 유명세를 그만큼 더 불려놓았다.충청도 천안에서 이주해온 친정어머니가 일제때부터 왜관읍내에 문을 연 식당살림을 도우다 스물일여덟에 천안식당 안주인이 되었으니 이할머니의 손맛이 깃든 보신탕집의 내력도 줄잡아 반세기가 넘는 셈이다.
외세의 침탈이 빈번했음을 왜관이란 지명에서 알수 있듯이 이할머니는 해방을 전후한 파란많던 이지방 역사의 산증인이기도하다. 여기서 해방을 맞았고6.25전쟁도 겪었다.
좌우세력의 부침속에 유혈극이 빚어지기도 했던 10.1사건때는 당시 장모서장이 관사에서 잠자다 피살되는 참사도 목격했다. 유치장등에 식사를 대주면서경찰관들과도 끈끈한 정을 맺어온 이할머니는 "알게모르게 불쌍한 사람들의뒤도 많이 봐줬다"고 술회한다.
욕쟁이 할매라는 별명처럼 푸근한 이미지 만큼이나 이할머니는 넉넉한 인정이 짙게 밴 나름대로의 장사철학을 지니고 살아왔다. "외상먹은 손님이 나갈때는 오히려 문밖까지 나가 인사했지.이미 다먹은 음식을 외상인들 어쩌겠어. 결국은 그사람들이 손님들을 또 몰고오곤 하더군"
그래서인지 한번 온 사람은 반드시 두번세번 오기 마련이었다고 한다. "밥한그릇을 떠도 봉긋봉긋하게 담았어. 젊은것들이 X빠지게 일하려면 많이 먹어야제…" 이할머니는 지난 얘기중에도 특유의 욕을 한마디씩 양념으로 곁들인다.
"수육과 탕맛이 단연 으뜸인데다 인심 좋기로 소문이 났지요.게다가 10년 체증도 내려갈듯한 걸쭉한 육담이 있으니 손님들이 들끓을수 밖에…" 이집을잘아는 단골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그래서 오랜만에 찾는 단골일수록 "역시 맛있다"는 찬사와 함께 할머니의 욕설을 추억처럼 되새긴다.천안식당 문간에 발을 들여놓는 손님들은 신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할머니의 거침없는 욕부터 공짜로 한 보시기씩 얻어먹어야 했다. 한시절 경북도정을 주물렀던 김모.이모 도지사도 이집에서는 결코 예외가 아니었으니…"이문디 뭐 묵을거 있다꼬 X을 앞세우고…" 이할머니가 도백에게 내뱉은 거리낌없는 육담일화는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두고두고 지금껏 회자되고 있기도하다.
천안식당은 올림픽을 앞둔 지난 83년도 보신탕집의 외곽이전 북새통에 따라왜관읍내 구장터에서 성주쪽 낙동강 바로건너 약목면관호3리로 옮겼다.여느때 처럼 겨울철 두달(1, 2월)간은 식당문을 내리고 쉬고 있으나 단골들의 성화에 못이겨 내년부터는 사철 손님을 맞을 계획이다.
이즈막에 와서는 며느리 김씨(45)가 식당운영을 도맡고 할머니는 뒷전으로물러나 앉았다. 그래도 "욕쟁이 할매 보고싶어 왔다"는 옛 단골들에게는 어김없이 얼굴을 내민다.
"숱한 손님들과 부대끼며 지내온 옛일들이 꿈결같어…" 어느덧 고희를 넘긴나이여서인지 요즈음은 잠자리에 누워도 쉬 잠을 청할수가 없단다."어와 세상사람들아 이내말좀 들어보소…어제같이 청춘이더니 오늘은 백발되어…" 고락의 지난 삶을 넋두리처럼 가사로 읊어보이는 할머니는 "이제 우리시대는 갔다"며 일순 쓸쓸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젊었을때는 빼어난 미인이었다는 주위의 얘기처럼 다정다감했던 인생여정 만큼이나 시적인 감흥 또한 예사롭지 않은 이할머니. '낙동강'이란 자작시까지한편 소개하고는 "수캐 X자랑하듯 이제 더 할말도 없다"며 욕쟁이 할매다운말끝을 맺는다.
'금오산아 가야산아 우악산아/6.25 난리에/낙동강 철교가 폭탄을 맞았을때/산천초목이 얼마나 울었겠느냐/ 낙동강 백사장에 조개잡고 놀던친구/금순아옥순아 옛날이 그립구나……' 〈조향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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