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JP달래기 배경

입력 1995-01-23 00:00:00

JP몰아내기에 전력을 투구하던 여권핵심부의 행동이 막상 JP가 대표직을 던져버리자 눈에 띄게 달라졌다.여권의 태도돌변은 김영삼대통령의 19일 발언에서부터 시작된다. 여권 특히민주계당직자들이 "기다리던 바"라는 태도를 보이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않았던데 반해 金대통령은 측근을 통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바로그 며칠전 청와대에서 "이제 김대통령은 더이상 김대표를 만날 일은 없다"고 JP몰아내기를 기정사실화하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 민주계 실세들까지대통령의 의중을 몰라 당황했다.

그리고 김씨가 대표직을 사퇴한지 하루만에 민자당의 분위기는 표변했다. 이를 지켜보는 언론들까지 어리둥절할 정도의 태도변화였다. 문정수사무총장은청구동을 직접 방문, '불손'함에 대한 사과와 함께 "아직 민자당의 대표"라는 말을 했다. 당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표시였다. 하지만 진심에서 우러나는 행동은 아니라는 것이 정설이다.

여권의 김전대표 무마작업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강재섭총재비서실장도김씨의 출국당일 오전 청구동을 방문했다. 김대통령이 아직 김대표를 당의대표로 생각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강실장에 따르면 "김대통령은 최근 당4역의 김대표 대구행저지 움직임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김전대표의 악화된 감정을 순화시키는 작업의 하이라이트는 21일 공항에서연출됐다. 이날 공항에는 김전대표의 추종자 3백여명이 나와 "JP 힘내라"를 외쳤다. 공화계의원들도 다수 나와 있었다. 존전대표와 정치적 운명을 같이할 것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이었다.

여권은 미국으로 나가는 김씨의 출국장에 민자당의 당직자들을 대거 동원,김씨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구미행사참석을 취소하고 나온 文총장을 비롯, 이한동원내총무, 강재섭총재비서실장, 백남태정조실장,박범진대변인, 김길홍대표비서실장등 당지도부를 완전히 옮겨놓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들은 JP추종자들에게 냉대를 받았다. "병주고 약주는 것이냐"는 비난도 들었다.

이같은 여권의 급작스런 태도변화에 대해서는 설이 다양하다.모양새 갖추기라는 것이 우세한 정설이다. 어차피 김전대표가 다시 돌아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판단아래 '쫓겨나는' JP에 대한 동정심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라는 것이다. 정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충청권의 기류가 수도권과 대구. 경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보자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김전대표가 밝혔듯이 여권지지세력으로부터 이반현상을 보이는 중산층의 여론을 순화해 보려는 계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공화계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한마디로 "웃기는 일"이라는 것이다.쫓아낼 때는 언제고 지금와서 나가려는 사람을 달래는 모습이 "마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다른 분석은 소수설이기는 하지만 여권핵심부가 김전대표를 정치적으로 완전'제거'하려는 계획을 변경, 아직도 당내 다수인 민정계와 공화계를 끌어안는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전대표에 대해서도 '내심'은 아니더라도 외부적으로는 최대한의 '예우'를 고려한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모양새가 됐든 전략의 선회가 됐든 또 이에 대한 공화계의 반응이 냉소적이든 아니든 간에, 김전대표 무마작업에서 보이는 여권의 바쁜 발걸음은 JP 대표직사퇴에 따른 충격파가 상상했던 것보다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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