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새뜰짜기'시작됐다

입력 1995-01-20 12:21:00

*청와대*○…청와대는 김대표의 대표직 사퇴의사를 표명한 19일 회견내용과 관련 "아직 진의가 확인 안됐다"며 서둘러 대행체제를 출범시키는 데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표가 사퇴할 경우 중앙상무위원장이 전당대회까지 직무대행을 맡는 방법, 대표서리를 지명했다가 전당대회에서 추인을 받는방법 등이 있으나, 서리지명은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며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는 또 "아직 대표직이 '유고'또는 '궐위'상태라고 말할 수는 없기때문에 대행체제 출범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청와대측이 이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먼저 김대표에 대한 일부의 동정적인 시각을 의식해 끝까지 김대표를 '밀어내는 모습'을 연출하지 않기 위한배려를 들수 있다.

또 지난 10일 청와대 회동때 주고받은 김대통령과 김대표 사이의 약속도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김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당대표 경질의사를 전하면서 "김대표가 전당대회까지 치러줬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고 김대표도 이를 수락했다.

이원종정무수석은 "김영삼대통령은 김대표가 전당대회까지 책임지고 무사히마쳐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하게 돼 몹시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ㅇ…김종필대표의 전격적인 사퇴발표가 나온 이날 민자당은 당4역등 지도부들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각계파별로 향후 당의 진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느라 부산한 움직임.

김대표의 사퇴발표직후 긴급소집된 당4역회의가 끝난후 참석자들은 "할말이없다"며 일제히 함구로 일관했는데 전날까지 대표퇴진의 불가피성을 강조해온 문정수사무총장은 예상보다 빨리 김대표의 사퇴카드가 나온데 대해 당황한듯 "더 이상 묻지말라"고 신경질적인 반응. 김윤환정무1장관 또한 "저쪽에서 정식으로 사퇴의사를 표명하지않은 상태에서 뭘 말하라는 것이냐"며 "아무리 대표지만 그렇게 총재를 비난했는데 지금 당직자들이 가서 말릴 상황도아니지않느냐"고 언급.

반면 각계파별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향후 정국에 대해 조심스레 의견들을주고 받는 모습이었는데 민정계 한 중진의원은 김대표의 사퇴에 큰 의미를두지 않으면서도 시기적으로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김대표를 밀어낸 것에 대해서는 여권핵심에 불만을 갖고 있는것도 사실이라고 언급하면서 반민자정서확산에 우려하는 모습.

민주당은 김종필대표의 대표직사퇴에 대해 겉으로는 내분 및 분당에 따른 반사이익을 거둘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속으로는 이해득실의 주판이 계파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일단 박지원대변인은 19일 즉각 논평을 내고 "이는 김영삼대통령의 형식적승리로 보이지만 김대표의 파괴력과 행보를 주시한다"면서 "팽(烹)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정치의 무상함마저 느낀다"고 비아냥거렸다.그러나 내막은 계파별로 제각각이다. 비주류의 김원기최고위원은 " JP에 대한 지지계층은 충남의 장년층 일부뿐"이라며 "따라서 그가 나가든 들어오든정치구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김대표의 충격에 냉담했다.동교동계도 어차피 민주당이 비호남권에서 영토확장이 어려운만큼 김대표의세력강화는 여권에 타격을 가한다는 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칫 동교동계가 희망하는 분할구도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이에비해 이기택대표측은 매우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충청권과대구경북지역에 퍼진 반 S정서의 흡수를 우려하는 듯하다.

문희상비서실장은 "JP신당이 충청도 뿐만아니라 경북지역의 구여권까지 흡수해 득세하면 민자당과 민주당에 모두 피해를 줘 결국 내각제로 연합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대표측에서 불리한 형국이라고 판단, 김대표의 재기방지차원에서 '3김시대'청산의 기치를 다시 올릴 것을 검토한다는 얘기도 있다.

〈정치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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