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세대교체와 정계개편

입력 1995-01-20 08:00:00

정치세계에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정치인 사이의 '우정과소신' 역시 철따라 바람따라 그 됨됨이가 자주 바뀔 수밖에 없다. 비정하지만 어쩔 수 없는 만고의 진리다.올해는 광복 50주년이 되는 해다. 이 기간 동안의 한국정치사는 바로 이러한진리를 너무나 자주 높이 치켜세운 사건들로 점철되었다. 한마디로 정치적이합집산만이 끊임없이 되풀이 되었다는 말이다. 이합집산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이념과 정책이 아니라 돈과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정치인의 모임과 흩어짐이 이루어지는 것을 뜻한다.

**끊임없는 이합집산**

우리에게는 예컨대 보수파, 진보파가 없고 다만 동교동파니 상도동계니 하는것들만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자유나 평등이나 민주주의 등 인류가 지향해야 할 합리적 가치를 뒤쫓는 정치보다는, 권력의 쟁탈과 파벌의 확대와 야욕의 충족을 위한 정략적 흥정만이 활갯짓쳤다. 만날 때는 '구국의 결단'으로만나고, 헤어질 때는 '비리와 배신'의 오명을 뒤집어쓴다. 성스럽게 만나서는 추하게 헤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단지 정치세계의 생태적 비정함탓으로만 돌려도 좋은가?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만남과 헤어짐의 공식이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여권과야당에서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명분은 '세대교체'와 '정계개편'으로 간추려진다. 여당과 야당에서 동시에 제기되는 세대교체론이 정계개편의 서곡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오늘날의 우리 정치환경으로 미루어 볼 때 이 두개의 요청은 대단히 절박하다는점이다. 나는 우리의 정치권이 그 체질과 체제를 동시에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시절에 와 있다고 믿는다. 세대교체와 정계개편은 그를 위한 아마도 가장적극적인 방안의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 정치문화의 가장 고질적인 질환은권위주의와 지역주의와 온정주의라 할 수 있다.

능력 대신에 관록이, 이념 대신에 지방색이, 합리성 대신에 연줄이 우리의정치세계를 주름잡고 있다. 사사로운 집권전략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이런구태의연한 정치행태를 청산하기 위해서 세대교체나 정계개편 등의 외과수술이 필요한 것이다.

**절박한 정치체질 개선**

특히 정계개편은 정치세계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에 그의의와 파장은 실로 엄청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는 대략 세개의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첫째는 YS와 DJ의 연합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은 우리나라가 결정적인 정치적 위기를 만나 거국적이고 총체적인 난국타개책이 강구될 때라든지, 또는현 정권이 지방자치제 선거와 총선에서 대패하여 홀로서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나 현실화될 수 있을 법한 것이다.

둘째는 여당, 야당 및 재야세력을 통틀어 개혁적 지향성을 지니고 있는 정치집단들이 총단합하는 국면을 상정해볼 수 있다. 개별 집단들의 인맥이라든가성장배경 등의 차이로 인해 그리 손쉽게 이루어지기는 힘들겠지만,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장기적 안목에서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 아닌가 여겨진다.

셋째는 여권에 국한된 경우로서 민주계와 덜 때묻은 민정계 소속 정치인들의단일화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경우는 정계개편이라기보다는 김대통령 자신의 통치기반 공고화를 위한 계파재편에 지나지 않게 된다.

**정계개편의 세 방안**

물론 한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김대통령 혼자만이 자신이 직접 창당한 정당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이것은 김대통령 스스로가 여권내에서 아직도 확고한 리더십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따금씩 터져나오는 민자당 내 보수세력의 반발이 그러한 사정을 잘 설명해 준다. 그러나 단순히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정치권의 '헤쳐 모여'를 시도한다면 그 자체가이른바 '세계화'의 구호를 허황되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지 않으면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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