탔衢疎

입력 1995-01-17 08:00:00

요즈음 사람들은 잘 걷지를 않는다. 걸을 일도 별로 없지만 아주 짧은 거리조차도 차를 이용해 버린다. 자동차를 이용함으로써 일을 빨리하고 더 많은일을 하게는 되었겠으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란 측면에선 그렇게 바람직한것만은 아닌 듯하다.구미(歐美)의 사람들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가장 보편적인 것이 산책이라고 한다.

뚜렷한 목적없이 한가롭게 허허로운 마음으로 길을 걷는다. 친구와도 좋고가족과 함께도 좋다. 혼자라면 더더욱 좋다. 혼자라면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할 수 있을 것이다. 쇼윈도도 기웃거려보고, 지나는 행인들도 쳐다보면서 때로는 멀리 하늘도 바라보아 가면서 슬슬 걷는다면, 그때 비로소 무언가 생각을 하고 정리해 볼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도무지 현대인의 생활에는 자신을 추스려볼 수 있는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이없다. 조금만 시간이 나도 사교다, 레저다, 운동이다 해서 사람들속에 휩쓸려 버리고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조차도 텔레비전이 그 시간을 빼앗아 가 버린다. 친구나 가족과 함께라면 산책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미 마음에 느긋한여유가 생기고 눈앞에 전개되는 거리풍경들로 인해서 화제가 다양해진다. 떠도는 얘기, 헛얘기가 아닌 진솔한 마음의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산책을 하는데는 많은 시간이나 준비가 필요한게 아니다. 어느때 어느곳에서나 쉽게 할 수 있다. 혼자 생각 할 수 있는 시간이, 진솔하고 정겨운 대화의 시간이 날이 갈수록 아쉬워지는 이때, 우리는 산책을 통하여 많은 것을얻을 수 있을 것이다. (효성산부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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