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80년재산헌납 무효판결

입력 1995-01-14 00:00:00

지난 80년 신군부가 일부 정치인들을 부정축재자로 몰아 그들의 재산을 국가에 헌납토록한 것은 절차상 위법적 문제가 있어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커다란 파문이 일 것 같다. 어제 서울민사지법은 80년 당시 야당인 신민당소속 국회의원이던 박영녹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재산권반환청구소송 준재심에서 박씨의 재산을 국가에 헌납토록 한 {리소전 화해}절차가 위법으로 이루어져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비록 이날의 판결이 1심이어서 앞으로 2심과 대법원의 판결을 지켜봐야겠지만 이 판결이 몰고올 파장은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80년 당시 재산을 박씨와 같이 국가에 헌납한 30여명의 전.현직정치인들은 재산헌납이 자의가 아니고 신군부의 위협에 의한 강제헌납이기 때문에 무효라는 주장을 그동안 꾸준히 해오면서 재산을 되찾을 기회를 보아온 실정이고 보면 이들의 소송이 연쇄적으로 이어져 이미 크게 달라진 재산권변동에도 큰 혼란이 예상된다.80년 당시 신군부가 구정치인들의 재산을 헌납받으면서 활용한 수단인 제소전 화해가 적법하게 이루어지지않고 신군부가 일방적으로 화해절차를 밟아 재산을 뺏어갔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함으로써 당시 신군부의 부도덕한 모습이부각되고 헌납된 재산이 그동안 많은 소유권이동이 있어 재산권회복을 위한잇따른 소송 등으로 정치적.사회적으로 적지않은 문제가 불거질 것 같다.이번 판결의 핵심인 제소전 화해는 소송까지 가지않고 당사간의 화해로 판결효과를 얻어내는 민사분쟁의 해결방법인데 신군부는 이 방법을 활용하면서 박씨의 변호사를 박씨도 모르게 일방적으로 선임해 화해절차를 밟고 박씨를 보안사로 연행해 헌납절차에 필요한 관련 서류들을 넘겨받았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변호사까지도 마음대로 선임해 밟은 헌납절차가 무효라는 판결은 당연하다.

이제 문제는 앞으로 2심과 대법원에서도 이같은 위법사실을 인정하고 신군부의 조치를 뒤집는 판결이 나올 것인가하는데 관심이 쏠릴 것같다. 박씨는 이번 준재심청구를 하기전에 서울시를 상대로 소유권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었는데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었다. 이때 재판부는 박씨의 화해를 인정했는데어제 판결을 내린 서울민사지법 재판부는 다른 시각으로 이 사건을 본 것 같다.

80년 당시 구정치인들의 재산헌납은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받아온 실정이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당연한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번 판결이 과거 부정축재혐의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까지도 해 준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한다. 부정한 재산인지 정당한 재산인지 알수없지만 헌납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판결의 참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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