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그늘진 곳의 생존(10)나는 오줌을 더 참을 수가 없다. 대변기에 대고 오줌을 싸버린다. 아주 시원타. -굶주림 끝에 먹는 즐거움만큼 참던 끝에 쏟아내는 배설 또한 엄청 즐겁지. 아버지가 그런 말을 했다.
"이름이 뭐예요?""시우씨는 여자용 남자용을 구별 못해요?"나는 얼굴을 숙인다. 화장실 앞 팻말에 남녀용 그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살펴볼 짬이 없었다.
"따라 오세요"나는 미스 노를 따라간다. 미스 노가 나왔던 방으로 들어간다.작은 방이다. 책상과 의자가 두개씩 있다. 남자 하나가 한가롭게 잡지책을들추고 있다. 라디오에서 민요가락이 흘러나온다. 신년맞이 민요잔치라고 아나운서가 말한다. 벽에는 포스터와 사진판이 여러개 붙어있다. 머리가 아주큰 기이한 애의 사진이 눈에 띈다. 눈은 사시이고 목이 빠뚜름하다. 어릴적에 나는 그런 바보를 많이 보았다. 그런 아이들과 섞여 있을 때, 나는 무서웠다.
미스 노가 앉으라 한다. 나는 빈 책상쪽 보조의자에 앉는다. 미스 노가 서랍을 여닫으며 무엇인가 찾는다. 종이철을 꺼내며 묻는다. 이름, 나이, 본적지… 처음 만날 때 사람들이 늘 묻는 말이다. 그럴때마다 나는 대답을 못한다.나이만 해도 그렇다. 나는 숫자를 잘 외우지 못한다.
8시 15분이야. 시침은 한 칸 사이가 한시간, 분침은 한칸사이가 5분이야. 아버지는 벽시계를 보고 나를 가르쳤다. 풀밭에서 그렇게 죽기전까지 아버지는나를 두고 시계읽기를 수없이 되풀이했다. 나는 끝내 시계를 읽을 수 없었다. 고작 1부터 10까지의 숫자만 익혔다. 어릴적부터 손가락셈으로 더하기와빼기도 배웠다. 엄마도 나를 가르쳤다. 나는 한번도 맞는 답을 못했다.나는 엄마로부터 자주 매를 맞았다. 몇년이 지나자, 엄마는 아예 나를 포기했다.
"시우씨, 정말 아무 것도 몰라요?"처음 만나는 사람마다 왜 그것부터 묻는지나는 알 수 없다. 그런 것으로 다른 사람과 나를 구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 생김새도, 키도, 걸음걸이도 다 다르다. 나다. 주민등록증을 만들어 가지고 다니게 한다. 나는 주민등록증을 가져본 적이 없다.
"경주씨, 그 친군 테스트조차 필요없을 것 같은데요"남자가 라디오의 볼륨을낮추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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