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환상의 절경 변산반도 100리

입력 1995-01-12 08:00:00

호남 고속도로 정주 인터체인지에서 왼쪽으로 접어들면 변산 반도 가는 길이다. 오른편길은 가을철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가는 길이다.야트막한 야산과 구릉이 이어지는 국도23호선을 한참 따라가다 국도 30호선으로 접어들면 이제부터 변산반도 1백리 해안길을 달리는 '변산기행'이 시작된다.변산기행은 사철을 가리지 않는다. 사철 나름대로의 경치와 맛을 안고 있어철마다 새로운 느낌을 즐길 수 있다.

길을 들어서서 가장먼저 반기는 것이 오른편에 넓게 펼쳐진 소금밭 '염전'이다. 사실 도시인들이나 특히 젊은 이들은 염전을 직접 볼 기회가 드문 탓인지 가족단위의 구경꾼들이 길가에 서서 염전을 지켜보는 모습이 눈에 띈다.염전 지나 바로 이름도 친근한 '곰소항'이다. 왼쪽으로는 1㎞가량 검은 개펄이 펼쳐져 있고 곰소항의 작은 항구 마을 가게마다에는 서대·장대등의 건어물이 가득하다.

인근 도시인과 상인들이 지금도 질 좋은 건어물을 사기위해 들르는 곳이기도하다.

다시 먼곳의 바다를 완상하면서 10분정도 달리면 내소사입구이다. 오른편 군도 5번길로 들어가 10여분간을 곧장 달리면 바위덩어리가 곳곳에서 암벽으로드러난 가인봉 품안에 자리잡은 내소사가 나타난다. 내소사는 대웅전 절집의건축양식, 대웅전 문창살의 섬세한 사방연속무늬의 꽃조각, 단청이 퇴색해오히려 단아한 가람의 분위기를 더해주는 등 절 자체의 멋도 크지만 절입구에서 2㎞정도의 전나무 숲사이로 난 외길을 따라 내소사로 가는 외길을 걷는맛 또한 좋다.

20여m씩 하늘로 곧게 시원스럽게 솟은 전나무의 푸른 그늘사이로 난 진입로는 한여름에도 서늘한 바람이 땀을 씻어 주며 군데군데 길가로 팬 도랑으로는 가슴까지 시원하게 맑은 물들이 흘러내려 물소리와 전나무향기에 싸인채10분정도의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내소사에서 바다에 지친 눈이 편안한 가람배치와 현란한 단청이 없는 질박한나무무늬 그대로의 절집을 바라다보며 충분히 쉴 수 있다.

내소사를 나와 다시 해안선을 따라 채석강으로 향하자. 내소사 입구에서 채석강으로 가는 해안길은 변산반도 1백리길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선이다.곳곳에 어촌마다 바다낚시꾼들을 위한 낚시배가 마련되어 있고 해안가 바위틈에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조사들을 쉽게 볼수 있다.

채석강은 오른쪽으로는 썰물때면 모래사장이 드러나 훌륭한 해수욕장이 만들어지고 왼쪽으로는 수성암층이 오랜 세월을 바닷물에 닳아 책을 수백권 쌓아놓은 듯한 절경을 이루고 있다.

이곳은 이같은 진귀한 절경때문에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으며 일대에는 횟집들이 늘어서 가족단위의 나들이객들의 발길이 잦다.채석강에서 시간을 오래 머무르면 밀물 때의 채석강의 멋도 다시 느낄 수 있다. 모래사장을 금세 삼켜 버리고 이제까지 앉아 있던 제방의 바로 밑까지바닷물이 밀려들어와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무서움까지 느끼게된다.

또 이곳의 낙조도 유명하다. 곧바로 시원하게 펼쳐진 서해안의 수평선으로지는 해는 책석강의 바위절벽까지 붉게 물들이며 장관을 연출한다. 또 채석강 뒤의 '닭이봉'에 오르면 발아래 채석강의 경치와 멀리 서해안의 바다를한눈에 볼 수 있다.

여기서부터 변산해수욕장까지는 다시 해안에서 들어서야하는 길이다. 그러나원광대 수련원이 자리잡은 고사포 해수욕장등 오른편으로 난 어떤 길을 택해도 웬만한 해수욕장은 나타난다.

변산해수욕장은 이제는 옛명성에 비해 약간 피서객이 준듯하나 아직도 고운모래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변산해수욕장을 뒤로하고 부안읍으로 향하는 길은 많은 상념에 젖게 한다. 소박하게 아름다운 해안이지만 계속해서 굳은 철조망이 막아져 있고 군데군데 경비초소가 이어진다.

이제까지의 길이 바다의 아름다움을 즐긴 '외변산'의 여로이고 변산반도에는내변산의 아름다움이 한가지 더 남아 있다.

부안읍에서 통정리까지 거슬러 내려온후 지방도 736번을 타고 들어가 20분간을 달리면 가장먼저 월명사 낙조대를 만난다. 쌍선봉 산자락에 놓여있는 월명암에 오르면 멀리 구름속으로 가리워진 바다가 언뜻언뜻 나타나며 특히 낙조때면 하늘과 바다 그리고 구름까지 붉게 물드는 현란한 색을 느낄 수 있다. 백천 삼거리에서 사자봉을 끼고 들어서면 이번에는 직소 폭포와 봉래구곡이 나타난다. 옥녀봉 쌍선봉등 갖가지 봉우리와 옥녀담 중계계곡등 여러가지 바위와 폭포 산, 계곡들이 한데 어우러져 훌륭한 동양화 한폭을 연출하고있다.

부안읍의 별미는 변산반도의 횟집 이외에도 백합죽, 백합회가 별미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북쪽으로 30분정도 달리면 계화 간척지가 나온다. 이 간척지는 계화 쌀로도 유명하지만 횟집의 독특한 맛이 더욱 유명하다. 자연산 돔농어를 즐길수 있고 회를 주문하면 바로 전복 소라 병치 전어 대합등 20여가지의 회가 접시에 담겨져 나온다.

조금먼길에 가까운 횟집에 불쑥 들어가버리는 것보다 이곳 계화를 찾아오면 '배보다 배꼽이 큰'회맛을 모두 맛볼 수 있어 좋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