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실명 법률시안 큰파장

입력 1995-01-12 00:00:00

정부가 부동산 실명제 실시와 관련해 만든 {부동산 실소유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안}은 명의신탁을 이용한 과거의 탈법과 탈세행위를 모두 눈감아 주겠다는 것이어서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왜냐하면 이는 지난 9일 홍재형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과 안우만 법무부장관이 부동산 실명제 실시에 관한 기본방향을 발표하면서 과거의 탈법과탈세는 크기와 정도에 따라 처벌과 과세할 것임을 밝힌 것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재정경제원을 비롯한 정부는 이 법률이 홍부총리의 부동산 실명제에관한 발표가 있기 전에 실무자들이 만든 시안으로 앞으로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변경이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시안은 부동산 실명제 실시와 관련해 과거의 명의신탁은 탈법이나탈세가 있더라도 모두 눈감아 주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정부가 이같은기본방침을 정해 놓고서도 국민감정 악화를 우려해 선별조치한다는 연막작전을 쓴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실명제에 대한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공언하고있는 중에 구체적인 방침을 정한 시안이 터져나오고 그 내용마저 지금까지 밝혔던 것보다 상당히 파격적인 것으로 드러나 앞으로 관련부처와의 협의는 물론 국민들로부터 공감대를 얻는데 적지않은 혼선이 뒤따를 것으로 우려되고있다.

특히 그동안 법을 성실히 지키고 납세의무를 다한 국민들은 정부가 과거의불법이나 탈세행위를 눈감아 주겠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강하게 반발하고있다.

정부의 부동산 실소유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 시안은 우선 명의신탁 부동산을 실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탈법행위는 개별법에 의해 처벌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명의신탁 부동산이 국토이용 관리법, 농지개혁법, 농지임대차 관리법, 산림법,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조세범처벌법, 외국인의 토지취득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주택건설 촉진법에 위반되더라도 전혀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시안대로라면 도시인들이 현지주민 명의로 불법매입한 농지를 비롯, 농지매매 증명이나 임야매매 증명을 부정발급 받아 거래한 토지, 명의신탁을 이용해 구입한 택지소유 상한규모 초과택지, 전매금지 기간에 취득한 아파트를비롯한 공동주택등이 모두 처벌받지 않고 실명전환할 수 있게 된다.더욱이 정부는 과거를 묻지 않는 관련법에 조세범 처벌법까지 포함시킴에따라 그동안 명의신탁을 이용한 탈세행위까지 묵인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있다.

정부는 명의신탁 부동산을 실명전환 할 경우 뒤따르는 세금추징도 처벌문제와 함께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즉, 법률안에 실명화 등기 이전의 등기부상 소유자는 실제 소유자로 본다고규정해 놓음에 따라 실명화 이전에 등기부상 소유자를 납세자로 해서 세금을낸 행위에 대해서는 더이상 문제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실질적인 부동산 소유자가 명의 수탁자대신 관련 세금을 내왔는데 이를 실명전환할 경우 또다시 세금을 내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실명화를 촉진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이에 따라 명의신탁 이용자는 부동산을 실명전환 하더라도 양도소득세나 법인세, 토지초과이득세, 지방세 등을 추가로 내지 않아도 된다.정부는 이와함께 오는 7월부터 명의신탁이 금지되더라도 기업이 다수인으로부터 공장용지를 매수할 때 고가매입 요구를 방지하기 위해서 일정기간 타인명의로 등기하는 것을 허용하고 부부간 명의신탁도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정부는 지난 9일 발표한 부동산 실명제 실시방안에서 신탁등기나 양도담보,종중재산 등인 경우에만 예외를 인정하고 기업의 사업용 토지 매입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이번 부동산 실명제 준비작업은 김영삼 대통령이 지난 6일 부동산실명제 실시방침을 전격적으로 밝혀 여유가 없었던 탓도 있겠으나 과거의 금융실명제 실시 때와는 달리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구체적인 시행방향에 따른 후속조치가 논리정연하게 뒤따르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혼선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 주요 지적 내용이다.이같은 와중에 정부의 기본방침을 엿볼 수 있는 시안이 불거져 나와 부동산실명제를 준비하는 정부의 업무처리 능력에 다시 한번 허점을 드러내는 꼴을 보여주게 됐다.

재경원은 이번에 밝혀진 법률안은 시안으로 앞으로 고쳐질 가능성이 많고크게는 전면 수정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시안 내용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쉽게 되돌려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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