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

입력 1995-01-07 08:00:00

제1장 그늘진 곳의 생존⑥"이름을 대봐."

점잖은 형사가 내게 묻는다. 나는 말을 해선 안된다며 입을 다물고 있다. 그가 인희엄마에게 묻는다.

"이 친구 정말 바봅니까."

"그렇다고 했잖아요. 제 나이두 잘 몰라요. 스물 한둘 됐을까. 고향도 강원도 정선 어디래나 봐요."

"주민등록증 없어?"

인희엄마가 대신 대답한다.

"그날 밤, 애마 룸싸롱에서 칼을 찌를 때, 작년 10월 27일 말야. 저 치 둘도일본도와 회칼을 들고 있었지?"

점잖은 형사가 내게 다그친다. 내가 가만 있자, 점잖은 형사가 벌떡 일어난다. 책상을 돌아와 내 멱살을 틀어 쥔다.

"따라와, 이 새끼. 누굴 속일려구. 진짜 바보를 조직원으로 쓸리가 없어."점잖은 형사가 더 이상 점잖기를 포기한다. 나를 끌고 간다. 그는 나를 안쪽샛문을 열고 데리고 들어간다. 그는 방문을 닫고 잠금고리를 채운다. 작은방이다. 눈 높이 벽에 쇠고리가 걸려 있다. 그는 수갑 채인 내 손을 위로 치켜 쇠고리에다 수갑을 건다. 나는 벽을 향해 돌아 서 있다. 강가 나무에 매달린 개가 생각난다. 온몸이 떨린다. 경찰봉이 내 등줄기를 친다. 종아리를개 패듯 때린다. 나는 비명을 지른다.

"밖에 있는 두놈 이름을 말해!"

"기요와 짱구…"

나는 비명을 지르다 헐떡이며 말한다. 점잖은 형사가 다시 등줄기와 어깨를팬다. 그가 다시 묻는다.

"저 치들이 일본도와 회칼을 휘둘렀지? 누구야? 누가 회칼을 들고 있었어?""회칼은 아무도…"

나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정말 기요와 짱구는 회칼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셋은 주사를 한대씩 맞고 승용차에 탔다. 주사를 놓아준 식구는 불곰형이었다. 나는 주사를 맞지 않았다. 우리 넷을 태운 차가 네거리를 네개 지났다.다른 구역 업소 앞에 차가 멈추었다. 운전수 옆자리에 탄 쌍침형이 차에서내렸다. 뒷자리에 탔던 기요와 짱구와 나도 내렸다. 쌍침형이 뒷 트렁크에서골프백을 꺼내었다. 여기로 뛰어오는 녀석이 있으면 지하실로 내려와 문을열고 고함부터 질러, 쌍침형이 내게 말했다. 셋은 재빨리 지하실 업소로 내려갔다. 나는 입구에서 업소로 들어가는 손님을 보고 있었다. 이쪽으로 오는녀석은 없었다. 업소 안에서 칼부림이 난줄을 나는 몰랐다. 잠시 뒤, 검은양복짜리가 이마에 피를 흘리며 계단을 뛰어 올라왔다. 그는, 당했다 하고 큰소리로 말했다. 빨간 넥타이를 맨 와이셔츠짜리가 뒤따라 나왔다. 비칠대던그는 계단 앞에서 쓰러졌다. 와이셔츠 등판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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