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노인 시민권 취득준비 열중

입력 1995-01-03 08:00:00

한인 노인들 사이에 요즘 갑자기 미국역사공부가 유행하고 있다. 새삼스레남북전쟁이 왜 일어났고 또 권리장전에 표시된 기본권리는 무엇인가를 살피는 이유는 물론 미국시민권취득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다. 시민권자가 아니면 앞으로 사회보장연금을 타먹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딱한 사정때문에서둘러 시민이 되려고 한다.미국의 노인대책은 그런대로 잘된 편이다. 대부분 유럽 나라들이나 일본에비해 훨씬 많은 돈을 정부가 노인복지를 위해 쓰고 있다. 연방정부 전체 사회복지예산의 60%를 차지하는 막대한 돈이 노인들을 위해 지출되고 있다. 미국인구의 12.5%밖에 안되는 노인 3천1백75만명을 위해 해마다 5천억달러나되는 큰 돈을 쓰고 있다. 노인천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노인들 복지향상을 위한 정부 지출은 크게 나눠 노인들에게 주는 사회보장연금과 매디캐어라는 의료비지급 두가지다. 사회보장연금은 65세이상된 노인이1년에 몇천달러에서 부부인 경우 최고 2만4천5백달러까지 받을수 있다. 1백만명이 넘는 연수입 10만달러가 넘는 부유층에게도 이 돈은 다 같이 지급된다. 노인 빈곤율이 60년대에는 35%였던 것이 지금은 불과 14%로 크게 준 것은 바로 이런 혜택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돈 많는 노인들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자주 '탐욕스런늙은이들'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뉴욕 대학 에드워드 울프 교수가 내놓은한 자료를 보면 노인 세대주 한사람당 평균 순자산총액이 25만8천달러에 이른다. 거의가 융자금 상환이 끝난 부동산을 가진 '알부자'들이다.그런데도 평균수명이 자꾸 늘어나 사회보장연금수혜자가 계속 불어나면서 이대로 가다간 20년내에 재원이 바닥날지도 모른다고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40세미만 미국인 90%가 자기들이 내는 사회복지연금 세금을 막상 은퇴후 제대로 타 먹지 못할 것으로 보고 개인적으로 대책을 따로 세우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빈곤층 어린이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도 어린이들 복지예산은 노인의 4분의1정도에 못 미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도 높다. 30년대 대공황때 나온 제도를 당장 뜯어 고쳐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수혜자 나이를 올리고 시민권자에 한해 돈을 주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과거에도 한두차례 손질을 하려다가 실패한 예로 보아 이 문제는 섣불리 다룰 수 없다. 전국에3천3백만명 회원을 가진 최대 압력단체인 '미국은퇴자협회'가 가로막고 서 있다. 투표율 높은 노인들이 연간 3억달러씩 자금을 뿌려 강력한 로비활동을하는 이 단체를 의회가 가장 두려워한다. 누가 나서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달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유권자들 요구도 그렇고 '미국과의 계약'을 내세운 공화당 지도자들이나 이에맞서 '중산층 권리장전'을 선포한 클린턴 대통령이 한 목소리로 모든 복지제도 개혁을 약속하는 가운데 사회복지연금도 뜯어 고칠 생각이다.아무래도 한인 노인들이 침침한 눈으로 미국역사 공부를 해두는 것이 사회보장연금을 타는 가장 확실한 길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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