煐굴柰

입력 1995-01-03 08:00:00

고독한 미로여행에서 운좋게도 쉽게 출구를 만난것같아 기쁘다. 한편 신병훈련소를 갓 나온 나이 넘은 이등병이 보급품자루를 걸메고 자대로 들어가는마음 같기도 하고 하여간 지금부터는 어쩔 수 없이 병영생활(시조창작)을 영위해야 한다.학창시절 교내 백일장에서 입상한 것이 운명처럼 늘 따라붙어 틈틈히 자유시와 시조를 습작이 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선무당이 되어버린 것 같다. 기왕에이렇게 된 이상 심취해보고 싶다.

아직은 비록 껄끄럽고 무겁기만한 돌덩이의 굴림이지만 언젠가는 산새와 같이 천연덕스럽게 노래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스님들이 도량에서 화두를 잡고 시름하듯 나도 일상생활에 밀착하여 시심을 가꾸고 가락을 다듬다보면 그중 한 알쯤은 큰스님의 법어처럼 이 땅에 오래 남을 수 있다는 착각때문에 더 깊은 미로 속으로의 여행을 또 떠나는가 보다.

보잘것없는 작품을 제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발표해주신 신문사에 머리숙여 감사 드린다.

아울러 어설픈 사람을 회원으로 허락해주신 나래문학 동인님들과 한밤중 환한 불빛속에서도 조용히 잠을 자주었던 아내와 딸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약력*

△1955 경북 영일생

△1974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 졸업

△1993 시집 '악어새에게' 출간

△1994 중앙시조지상백일장 월말입상 4회 '시조문학'초회추천△현재 나래문학 동인

포항 해광칼라현상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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