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세풍-도덕률을 세우자

입력 1994-12-29 08:00:00

{놀라고 불안할때 사용하는} 가정상비약인 우황청심환의 판매고가 사상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올들어 12월초까지 집계된 제약업계의 매출액은 7백여억원대. 12월말까지 합치면 8백억원대로 예년매출(6백30억원대)에 비해 30%가늘어난 셈이다. 이같은 우황청심환의 판매량증가는 월별로도 사건.사고에따라민감한 반응을 보여 대형사고가 발생한 달에는 판매신장률이 높아졌다고 한다.**우황청심환 불티**

과장된 통계가 인용된듯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올해를 되돌아보면 끔찍한 초대형사건사고만 머리에 떠오를뿐 즐거운 일이라곤기억에 남지를 않는다. 그래서 분통이 터지고 울화가 치밀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1월초에 들어서면서 낙동강오염사고가 터져 불길한 징조를 보이더니2월들어 탁명환씨 피살사건을 시발로 3월에 조계사폭력사태로 종교인의 비종교적인 치부가 드러났다. 잇따라 상문고비리가 불거지면서 교육계전반에 걸친부조리가 노출되기도 했다. 5월에는 박한상패륜사건을 시작으로 지존파, 온보현사건으로 이 사회의 도덕과 윤리가 말살되는듯한 아찔함을 느끼기도 했다.9월들어 세무비리, 장교무장탈영, 성수대교붕괴, 충주호유람선화재사건, 아현동가스폭발사고등이 꼬리를 물면서 공직사회의 부정과 부조리, 이와 연계된업자들과의 연결고리가 드러나면서 많은 생목숨이 죽어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정부는 수차례에 걸쳐 대국민사과를 하면서도 {전정권의 치부가 노출됐다}고불행한 사건 사고의 원인을 과거탓에 돌려 국민들의 비웃음을 사기도했다.사건 사고로 얼룩졌던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정부조직개편으로 공직사회가 어수선한 가운데 한해도 저문다. 새해에도 불안요인은 많다.여름부터 계속되던 가뭄이 이어져 식수와 농사불안, 각종선거로 인한 물가불안, 새로운 세계무역기구발족으로 인한 농&경제불안, 노사분규로 인한사회불안등 헤쳐나가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새해에도 불안요인**

이러한 불안을 해소할 요체는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면서 공동체의식의 정착을 통한 도덕률회복이 급선무다. 인재이건 천재이건 투철한 공동체의식만 있으면 인간은 이를 극복할 수도 있다.

흔히들 선량한 사람을 {법없이도 살수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남을 헐뜯고시기하고 질투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이기주의에서 탈피한 사람을 말하지만 인간사회에서 이러한 사람이 존재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도덕의 규범위에서 공동체의식만 정착되면 모두들 선량한 사람이 될수도 있다.

아무리 많은 법이 있고 규제가 강화돼도 도덕률이 마비되고 공동체의식이 없으면 법과 규제강화는 장식품일 뿐이다. 올해 일어난 대소사건 사고가 이를증명하고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 확산된 공무원 세무비리사건은 실정법의 존재가치조차 부정하고 있다. 아직도 묻혀진 세무비리가 얼마나 더 있을지, 지금도 저질러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덕률이 마비되고 사명감이 망각된 공직자의 출현은 공동체의식의 결여에서온 결과인 것이다.

문헌을 통해서 우리는 특정지역의 향약을 접한다. 국법이 있으나 도덕률의기초위에서 만들어진 향약을 기본으로 지역공동체로서 권리와 의무를 수행하고 자치제도를 엄격히 시행해 왔다. 국법이 아무리 무섭고 규제가 많아도 이들사회는 외부의 통제없이 불문율에 따라 국법질서를 지키며 외풍을 막아가며생활을 영위해 나간다.

**공동체의식 제고를**

궂은 일은 함께 슬퍼하고 즐거운 일은 함께 즐기면서 공동체의 이익과 지역공동체간의 상부상조로 사회발전에 기여한다. 공동체의식이 강해지면 패륜도반인륜적인 행위도, 업자와의 결탁도 없어지는 것이다. 새해에는 사회분열과갈등이 없는 공동체의식의 강화로 우황청심환을 먹지 않고도 즐겁게 살 수있는 사회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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